(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살충제 계란' 파동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에서 "이번 파동으로 소비자뿐만 아니라 선량한 농업인, 음식ㆍ식품제조 업계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께 불안과 염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사과 발언은 지난 14일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대응 과정에서 국민께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려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관계기관 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과 발표 착오 등이 국민 불안을 심화시킨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먹거리 안전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관계부처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국가가 국민 식생활과 영양까지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이낙연 총리에게 당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날 '부실조사' 논란이 일었던 농장에 대한 보완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5~18일 진행된 1천239개 산란계 농장 전수조사에서 일부 검사항목이 누락된 420개 농장을 대상으로 다시 검사한 결과 전북의 1개 농장과 충남의 2개 농장의 계란에서 나오면 안 되는 '플루페녹수론'이 검출됐다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전수조사에서 검출된 5종의 살충제 성분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체 위해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이 평가는 우리 국민 중에서 계란을 가장 많이 먹는 상위 2.5%가 살충제 최대 검출 계란을 섭취한다는 최악의 조건으로 실시됐다. 그런데도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독성을 함유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산란계에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을 성인은 평생 하루에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사과 발언과 당국의 보완조사, 위해평가 결과 발표로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살충제 계란' 파동은 일단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다.
그렇다고 국민 불안까지 금방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혼선과 부실조사, 허술한 친환경 인증제 등으로 국민이 정부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검역 담당자가 무작위로 계란 샘플을 채취하지 않고 농장이 골라준 것을 조사했다니 어이가 없다. 결국 부실하게 조사가 이뤄진 121곳을 재조사하는 소동을 벌여야 했다. 또 김영록 농축식품부 장관이 18일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오늘부터 농장에서 출하되는 모든 계란은 안전성이 확보됐으니 문제없다"고 말했지만 하루 만에 검사항목을 2∼8개 빠뜨린 420개 부실검사 농장이 드러났다. 전수조사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계란 농장 52곳 가운데 31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았고, 1973년 이후 사용이 전면금지된 발암물질 DDT(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올)가 검출된 2곳도 친환경 농장이었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신뢰는 한번 깨지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정부는 문 대통령 말대로 밀식사육 환경에서 친환경 인증제까지 먹거리 안전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엉터리 수치와 통계 발표로 농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당국자에 대한 책임도 엄중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농피아(농식품+마피아)'란 말까지 나오게 한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친환경 인증기관 사이의 유착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끊어야 한다. 무너진 국민 신뢰를 다시 얻으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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