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시아인에 非이민비자 중단…자국 외교관 추방에 맞제재(종합)

입력 2017-08-21 21:29  

美, 러시아인에 非이민비자 중단…자국 외교관 추방에 맞제재(종합)

"내달부터 모스크바 공관서만 비자 줄 것"…양국 '제재 전쟁' 악화일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미국 간에 제재와 맞제재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제재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러시아가 자국 주재 미국 외교 공관 직원 수를 대폭 줄이도록 요구한 데 대해 미국이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조치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21일(현지시간) 자체 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러시아 내 모든 미국 공관에서 러시아인에 대한 비(非)이민비자 발급 업무를 오는 23일부터 일제히 중단하고, 다음 달 1일부터 모스크바 대사관에서만 해당 업무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를 제외한 다른 지역 미국 외교 공관(총영사관 등)에서의 비자발급 업무는 무기한 중단될 것이라고 대사관은 덧붙였다.

'비이민비자'는 영구 이민 비자와 달리 관광 등의 목적으로 한시적으로 특정국을 방문할 때 발급되는 비자다.

미국 대사관은 이같은 조치가 러시아의 미국 공관 직원 축소로 인해 취해졌으며 러시아 측의 조치가 유지되는 한 미국 측의 비자발급제한조치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의 비자발급은 이미 이날부터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외무부는 앞서 지난 7월 말 미국 하원과 상원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이유로 대러 추가 제재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보복으로 미국 외교관의 무더기 추방과 미국 외교자산 압류 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 측에 오는 9월 1일까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예카테린부르크·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미국 총영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과 기술요원 수를 미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및 기술요원 수와 정확히 맞출 것을 제안한다"면서 러시아 내 미국 외교 공관 직원 수를 455명으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1천여 명의 미국 외교관과 기술직 요원 등이 일하고 있다"면서 "(그 가운데) 755명이 러시아 내에서의 활동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내 미국 공관에서 일하는 미국인과 러시아 현지인 등 750여 명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미국으로 떠나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러시아의 미국 공관 직원 수 제한조치는 지난해 말 미국이 취한 러시아 외교관 무더기 추방에 대한 보복 성격도 함께 지닌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 전(前) 미국 대통령은 재임 말기인 지난해 12월 말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민주당 측 인사들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는 정보와 관련 자국에 주재하던 러시아 외교관 35명 추방, 미국 내 러시아 공관 시설 2곳 폐쇄 등의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대응을 미루다 뒤늦게 미국 공관 직원 축소 조치로 보복했다.

러시아와 미국의 끊이지 않는 '제재 전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정권 출범 이후 개선이 기대됐던 양국 관계는 당분간 냉각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 측의 보복 조치에 대해 "러시아 정부의 조치(미국 외교관 추방 조치)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불만을 야기시키려는 또 하나의 시도로 보인다"면서 "이는 색깔혁명(친/親/서방 정권교체 혁명)을 조직하려는 자들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러시아인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조처를 함으로써 러시아 국민이 자국 정부의 대미 제재를 비난하고 비판하게 만들려는 시도라는 지적이었다.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부위원장 안드레이 클리모프는 러시아도 대칭적 보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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