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대표 가드, 은퇴 후 친정팀 삼성생명·신한은행서 코치로 변신
(속초=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한국 여자 농구 대표 가드 이미선(38)과 최윤아(32)가 2017 박신자컵 서머리그 용인 삼성생명과 인천 신한은행의 개막전에 나란히 출격했다.
코트 안이 아닌 코트 밖 벤치에서, 정든 유니폼 대신 피케셔츠를 입은 채였다.
이날 경기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시즌을 마치고 은퇴한 두 선수가 친정팀 코치로 돌아와 치른 첫 경기였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두 선수는 이번 경기가 '코치 데뷔전'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1∼2년 전까지 뛰던 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이라 이질감도 적었다.
이달 초부터 삼성생명 코치로 부임한 이미선은 "경기 전에 데뷔전이라고들 하길래 그때 알았다"며 "은퇴하고 공백을 갖다가 코치가 된 것이 아니라 연장선에 있었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코치로서는 이미선보다 두 달 '선배'인 최윤아도 "주위 분들이 데뷔전이라고 하셔서 알게 됐다"고 했다.
한국 여자 농구의 '레전드' 가드인 이미선과 그런 이미선을 잇는 최고 가드로 꼽혀온 최윤아는 각각 삼성생명과 신한은행에서만 10년 넘게 선수생활을 하며 팀의 전성기를 이끈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기량이야 두말할 것 없는 데다 누구보다 팀을 잘 아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은퇴 직후 친정팀 코치로 돌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해 3월 19년 선수생활을 끝으로 은퇴한 이미선은 미국에 건너가 지도자 연수를 받은 후 삼성생명 코치진에 합류했다.
무릎 부상이 악화해 지난 4월 은퇴를 결심한 최윤아는 은퇴 전부터 교육대학원에 다니며 교사로서의 미래도 계획했으나 정든 팀 신한은행의 부름에 망설임 없이 코트로 돌아왔다.
둘 다 선수로서는 '맏언니'격이었지만 이젠 '막내 코치'가 되어 모든 것을 새로 배우고 있다. 10년 넘게 뛴 팀도, 함께 한 선수들도 모두 익숙하지만 선수일 때와 코치일 때는 사뭇 다르다.
"선수 때보다 머리도 더 많이 써야 하고, 분석도 더 많이 해야 해요. 초보 코치들이 그렇듯이 선수들이 내 맘 같지 않아 안타깝죠. 또다시 배우면서 하고 있습니다."(이미선)
"생각하는 것과 그것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많이 다르더라고요. 코치가 이렇게 힘든 자리인 줄은 선수 때는 미처 몰랐어요."(최윤아)
선수들 입장에서도 같이 뛰던 언니가 갑자기 코치로 돌아온 것에 한동안 어색해했다고 한다. '코치님'이라는 말보다 '언니'라는 호칭이 먼저 튀어나올 때도 있다.
이러한 친밀함을 바탕으로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두 코치가 가진 큰 강점이다.
이날 경기에선 삼성생명이 신한은행에 7점차로 승리했다. 이긴 이미선도 진 최윤아도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고 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코트를 누비던 이들이었기에 경기가 안 풀린다 싶으면 코트로 뛰쳐나가 직접 뛰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 것 같지만 둘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동시에 고개를 내저었다.
"은퇴하고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열정을 다해서 후회 없이 했거든요."(이미선)
"프로 들어올 때부터 언제 은퇴할지 모르니 후회하지 않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고 결심했어요. 은퇴할 때도 주위 분들은 아쉬워하셨지만 전 충분히 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았어요."(최윤아)
코치로서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둘은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맞춤형 지도자가 되려고 해요. 또 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더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고요. 다른 팀 선수들도 어디가 강하고 약한지를 우리 선수들에게 알려주려면 공부를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이미선)
"우리 팀이 주전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선수들 한 명 한 명에 신경을 써서 선수들 간 격차를 줄이고 제 기량을 펼 수 있도록 해야겠죠. 가드 출신인 만큼 팀의 가드 부재 고민에도 신경을 많이 쓰려고 합니다."(최윤아)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