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신규판매 중단방침에 "옳은 접근법"…선도국 행보로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자국 내 경유·휘발유 차량의 신규 판매 금지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미국 CNN방송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주퍼 일루' 인터뷰에서 프랑스와 영국이 최근 모든 경유·휘발유 차량의 자국 내 신규 판매 중단 방침을 발표한 데 대해 원칙적으로 옳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서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아직 정확히 몇 년도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접근법은 옳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만약 우리가 좀 더 많은 충전 기반시설과 전기차 기술에 빨리 투자한다면 전면적인 전환이 구조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독일 정부 대변인이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을 사실로 이날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의 이런 방침은 대기오염 방지나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 내연기관의 시대가 곧 저물 것이라는 관측과 결부돼 주목을 받는다.
앞서 지난달 프랑스가 클린에너지 개발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40년까지 모든 경유·휘발유 차량의 국내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영국도 2040년부터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4위의 자동차 시장을 보유한 인도도 2030년까지 시판 자동차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지난 4월 내놓은 바 있다.
자동차 시장에 관한 한 세계를 선도하는 독일의 방침이 구체화하면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칼 벤츠가 1886년 휘발유 엔진을 동력으로 삼는 자동차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면서 현대식 자동차가 탄생한 이후 독일은 현재 업계 최대 수출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폴크르바겐은 매출이 가장 많은 업체이고 BMW, 메르세데스 벤츠를 소유한 다임러, 포르셰도 선두권 기업으로 손에 꼽힌다.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발언은 내달 24일 예정된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나온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4선에 도전하는 이번 총선에서는 독일 자동차 업계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이에 따라 메르켈 정부가 대기오염 문제 해결에 좀 더 엄격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2015년 폴크스바겐에서 시작된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은 BMW와 다임러 등 다른 독일 자동차 업체로 확산했다.
독일 국민 대다수는 정부가 자동차 업계에 더욱 강경한 조처를 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현지 정치권은 그동안 자동차가 대규모 일자리를 떠받치는 독일 산업의 중추라는 점 때문에 관련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디젤 스캔들 이후 독일 자동차 업계는 배출가스 감축을 위해 디젤차 500만여 대를 개조하는 데 동의했으나 독일 정부는 파리기후변화협약 준수 등을 위해 여기서 더 나아가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을 현 수준에서 80∼95% 감축한다는 파리협약 목표치는 차량의 CO₂배출이 크게 줄어도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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