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대부 달리오 "워싱턴발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 불안"

입력 2017-08-22 10:45  

헤지펀드 대부 달리오 "워싱턴발 불확실성으로 금융시장 불안"

'증시 과대평가' 목소리 줄이어…美 정치리스크·자산축소 주목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브리지워터를 이끄는 레이 달리오가 미국의 정치 상황을 우려해 방어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달리오는 미국 정치권의 갈등이 행정부의 기능에 지장을 초래하고 이미 불안 조짐을 보이는 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달리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은 "화해보다는 아마도 죽기 살기로 싸울 가능성이 더 큰 지점까지 갈등이 심화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갈등이 "원만하게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브리지워터는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의제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낙관적이었던 자세를 버린 셈이다.

미국 주식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을 감면하고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들어 줄곧 상승 흐름을 탔으며 이달 8일에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지수가 사상 최고점을 찍는 기염을 토했다.

시장은 이를 고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핵을 둘러싼 긴장, 샬러츠빌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대통령 경제자문단의 해체와 같은 정치적 요인들에다 시장이 과대평가됐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겹쳤기 때문이다.

달리오의 태도 변화는 시장이 과대평가된 상태이며 제대로 조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최근 대형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달라진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알리안츠 생명의 수석 경제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다양한 가치 척도를 보면 과대평가된 시장이 아니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퍼싱 스퀘어의 빌 애크먼과 세계 최대의 채권투자 회사인 핌코의 댄 이바신은 최근 시장 불안에 대비한 헤지 수단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미국 주식 펀드에서는 9주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주 동안의 순유출은 총 40억 달러에 이른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앤드루 랩손은 미국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 줄어들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산 축소 방침이 시장을 흔들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씨티 그룹의 매트 킹은 연준의 자산 축소 방침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아직은 낙관적이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은 실물경제보다는 자산 가격에 훨씬 강력한 충격을 미쳐왔다"고 말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대한 신뢰가 시들해지는 것은 외환과 채권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 9% 가까이 떨어졌고 트럼프의 당선 직후 치솟았던 미국 국채 수익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편 경기부양책의 수혜가 예상되는 중소형주의 주가는 이달 들어 근 5% 하락했다. 이대로 간다면 시장이 일시적으로 불안했던 2006년초 이후 월간 기준으로는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일 공산이 크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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