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의 1% 투자, 밑지면 말고 대박나면 좋고"…북한리스크에 투자↑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1개월간 북한 핵·미사일 위기 국면에서 두 배 정도 상승하면서 단기수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들의 먹잇감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7일 처음 4천500달러(약 512만원) 선을 돌파해 4천522달러를 찍었다. '분열 소동'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7월 15일에는 한때 2천 달러를 밑돌았던 점에 비춰 한 달 사이에 갑절 이상으로 급등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그 진영이 8월1일 두 개로 나눠졌으며 이를 전후해 불확실성이 커지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이런 급등은 시장을 시끄럽게 한 분열 소동을 극복한데다 새로운 투자주체인 헤지펀드가 시장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미국계 증권사의 간부는 "헤지펀드들이 비트코인 분열 소동이 시작된 6월에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 7월까지 운용자산의 수%를 비트코인을 포함하는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는 헤지펀드 사이에 유행하는 '1% 투자법'이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자산 가운데 1%를 투자할 경우 통째로 날려버려도 큰 손실은 안 되지만 몇 배로 오르면 수익은 매우 크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운용자산의 10%를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회사들에도 가상화폐는 무시할 수 없는 상품이 됐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가상화폐 투자 쪽으로 큰 자금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내용의 고객상대 보고서를 8일자로 작성했다.
헤지펀드의 투자 배경에는 북한 리스크가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유사시 도피처 또는 안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거래소를 운영하는 리믹스포인트 고위 관계자는 "북한정세가 긴박한 8월 들어 매매가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매매도 급증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에서는 원래 개인들이 가격변동이 심한 자산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한국 원화로부터 자금 대피 요구에다 가상화폐 투기열까지 겹친 것 같다"고 전했다.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가도 비트코인 투자 예비군이지만 '회계 규칙이 정비되지 않으면 투자할 수 없다'고 규정한 기업이 많은 점이 제한요인이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7조엔으로 도요타자동차의 시가총액(22일 현재 약 20조엔)의 반도 안 된다. 그래서 펀드들이 좁은 시장을 대량매매로 흔들어대는 '연못 속의 고래'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이달초 분열소동을 극복했지만 시간당 거래 처리량을 배로 늘리는 규격 가동을 예고한 11월에또 한 차례 소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고 신문은 경고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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