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완도 해상 전력선 개선 사업비 부담 논란
(고흥=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큰 배 다니기 위험해서 바다에 걸쳐 있는 전력선을 높여달라는데 다들 나 몰라라 하니 참 답답합니다"
전남 고흥 거금도와 완도 금당도 간에 설치된 전력선의 높이를 조정하거나 위치를 옮기는 사업을 놓고 한전과 지자체, 해운사간 '핑퐁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 해상 구간은 거금도와 금당도간 수십 년 전에 설치한 전력선의 높이가 낮아 대형선박 운항에 어려움을 주는 데다 사고 위험까지 있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계속된 곳이다.
해상 전력선은 섬 지역에 전기를 공급할 목적으로 가설됐으며 거금도와 금당도 사이에 있는 연홍도와 중앙도에 철탑을 세워 전력선을 연결했다.
하지만 전력선의 높이가 수면 위 20~25m에 불과해 수년 전부터 선박 통항에 어려움이 제기됐다.
과거에는 별문제 없었지만 선박 대형화와 해상 레저활동 급증에 따라 해상에 설치된 전력선이 불편과 사고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흥 녹동항에서 제주도를 오가는 4천t급 여객선도 이 전력선 아래로 운항하고 있지만 안전 운항에 큰 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녹동-제주간 항로에 1만t급 여객선을 투입하려는 계획도 전력선을 철거 또는 높이를 조정하지 않으면 여객선이 멀리 우회해야 하거나 운항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인근 지자체 등도 이 항로에 현재 선박보다 규모가 크고 속력이 빠른 현대화된 선박을 투입하려 했지만 선박의 높이(약 30m)보다 현재의 전력선이 낮아 여객선 투입이 차질을 빚고 있다.
문제는 전력선 높이 조정에만 60억원, 수중 매설 등으로 바꿀 경우 120억원이 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로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여객선 회사와 지역항운노조, 사회단체 등은 전력선의 높이를 38m 정도까지 높여주기를 한전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은 사업을 유발하거나 요구한 쪽에서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력선 높이 조정에 필요한 용역 비용 3천만원도 여객선 회사측이 맡아야 한다는 태도다.
해운사 관계자는 "국민이 불편해서 민원을 제기했는데 그 비용을 국민한테 내라고 하면 우리가 내는 세금은 도대체 어디에 쓰는 거냐"며 "이명박 정부 때 산업단지 전봇대처럼 청와대라도 나서야 해결되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사업의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이를 필요로하는 쪽에서 사업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관련 협의가 시급히 해결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해운사에서 운항노선을 타 지역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하고 있어 지역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하다"며 "정부와 공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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