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폭발사고 수사본부 감식결과 브리핑…전기 요인에 더 무게
'방폭등 등 관리 책임' STX조선 압수수색, 협력업체 1명 입건…수사 본격화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해경 수사본부는 도장작업자 4명이 숨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폭발 사고와 관련, 최초 폭발 지점이 작업자가 없던 지하 2층인 것으로 추정했다.
해당 층은 깨진 방폭등 등이 발견된 곳으로, 전날 1차 현장 감식 이후 폭발 원인으로 지목된 전기적 요인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수사본부는 사고 사흘째인 22일 창원해경 5층 회의실에서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 기관과 1차 감식을 한 결과를 설명했다.
수사본부는 사고가 발생한 9.3m 깊이의 RO(잔유) 보관 탱크가 철제 격벽으로 나뉜 3개 층으로 구성된 가운데 이 중 지하 2층에서 폭발이 최초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탱크 내부에 설치된 방폭등 4개 중 유독 지하 2층에 있던 방폭등 1개만 겉면이 깨진 채 발견된데다 해당 방폭등과 연결된 전선 피복도 일부 벗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수사본부는 "다른 층과 비교해 유일하게 깨진 방폭등 1개가 지하 2층에 있는 점 등을 토대로 해당 층에서 폭발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숨진 작업자들 발견 위치를 토대로 1명은 지하 1층에서, 나머지 3명은 지하 3층에서 일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탱크에는 각 층을 오르내리도록 한 계단이 설치돼 있지만, 폭 등을 고려하면 폭발 여파로 튕겨져 나갔다고 하더라도 층간 이동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깨진 방폭등이 유일하게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지하 2층에서 폭발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다 해당 층에 작업자가 없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자 수사본부는 전기 요인으로 폭발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가닥을 잡고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수사본부는 방폭등, 전선 등 유지·관리 책임은 원청인 STX조선에 있다고 보고 이날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STX조선 관계자 조사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수사본부는 현재 결함 또는 노후화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방폭등, 전선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발견된 스프레이건, 손전등 등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거나, 맡길 예정이다.
앞서 수사본부는 숨진 작업자들이 소속된 STX조선 사내 협력업체 K기업 조모 팀장이 사고 당시 작업 현장을 비우는 등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본부는 사고 현장에서 안전 수칙을 위반한 사항도 여럿 있다고 보고 관련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환기에 필요한 공기 흡·배출관의 적정 설치 여부, 작업자들이 밀폐 공간 도장작업에 필요한 마스크 등을 제대로 착용하고 있었는지 등도 확인한다.
숨진 근로자들이 K기업 소속이 아니라 K기업으로부터 재하청을 받은 업체 소속이었다고 노동단체 등이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본부는 근로계약서 등을 확보해 살펴볼 계획이다.
수사본부 측은 "현장 감식과 압수수색 결과 등을 토대로 수사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자료 분석을 먼저 한 뒤 원청 관계자들도 차례로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사본부는 숨진 4명에 대한 부검을 이날 오전 실시했다.
수사본부는 부검을 통해 이들이 폭발에 의해 숨졌는지, 폭발에 앞서 질식 등 다른 요인이 영향을 줬는지 등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STX조선에서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잔유(RO) 보관 탱크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4명이 숨졌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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