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상추 포기당 생산량 예년 10%에 불과…상품가치도 떨어져
작황 부진→채솟값 폭등…농민 "비싸면 뭐하나. 팔 게 없는데"
농업기술원 "잦은 비 이어지면 가을 농사에도 지장 우려"
(전국종합=연합뉴스) 금상추·금배추란 말에 이어 금고추, 금무, 금양파란 말까지 나올 판이다.
각종 채솟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가뭄, 폭염, 잦은 비 등 올여름 유난이 변덕스러웠 날씨에다 병해충까지 기승을 부린 탓이다.
높은 가격에 소비자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흉작에 내다 팔 물량이 없는 농민도 한숨짓기는 마찬가지이다.
22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한국 농수산식품 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현재 배추(1포기) 소매가격은 평균 6천535원을 기록했다.
배추 가격이 1개월 전 4천354원, 1년 전 5천62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금배추란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1개월 전 1천551원, 1년 전 1천48원이던 적상추(100g)의 21일 평균 소매가격은 1천633원을 형성했다.
1개월 전 2천35원, 1년 전 1천967원이던 무(1개)는 2천872원, 1개월 전 1천929원, 1년 전 1천618원이었던 양파(1㎏)는 2천22원으로 올랐다
주요 품목마다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농민들의 심경은 편치 않다.
가격이 올랐다고 한들 흉작 탓에 출하할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강원에서 여름 상추를 가장 많이 출하하는 홍천에서는 잦은 비로 상추 품질이 떨어진 데다가 노균병까지 발생했다.
한 포기에 150∼200g씩 생산하던 노지 상추는 올해에는 생산량이 100g 안팎에 불과해 대형 마트에 3주째 납품하지 못했다.
김남기 홍천군 내면 상추작목반 회장은 "우박, 폭염, 잦은 비에 질병이 발생했는데도 치료할 시간이 없고 생산량은 예년의 10%도 안 된다"며 "예년에는 300∼400박스를 출하했는데 올해는 30박스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는 상춧값이 200% 이상 올랐다고 하지만 농가에서는 출하할 게 없으니 소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주요 시설채소 재배지인 남양주에서도 상추 수확량이 60%가량 감소했다.
비닐하우스 1동당 100상자 정도 수확했지만, 최근에는 부족한 일조량 탓에 30∼40상자로 줄었다.
김유식 남양주 쌈채소연구회장은 "상추가 나오기는 하지만 물러서 상품가치가 없다"며 "땅에서 올라오는 다음 상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날이 계속 좋지 않으면 수확량도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추로 유명한 충남 청양 농민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청양에서는 5천여 농가가 900㏊에서 고추 2천500t가량을 생산하지만, 올해는 생산량이 7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산지 가격이 한때 2배가량으로 폭등하기도 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1㎏에 2천5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가격은 1천600원이었다.
충북 괴산 홍고추도 지난해 1천200∼2천원이던 ㎏당 가격이 2천500∼3천원에 형성됐다.
괴산군 관계자는 "폭염, 폭우에다가 탄저병까지 퍼져 작황이 지난해보다 40%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재배면적(654㏊)이 지난해(732㏊)보다 감소한 것도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안동에서 출하되는 홍고추량은 지난해의 40∼50% 수준에 그친다.
서안동농협 고추 공판장에서는 홍고추 1㎏에 특품 2천630원(지난해 1천730원), 상품 2천30원(지난해 1천410원), 보통 1천590원(1천10원) 등 지난해 대비 평균 44% 오른 가격에 거래된다.
모종을 밭에 심는 정식 시기를 앞둔 농작물의 작황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서 시름은 더 깊다.
손동모 전남농업기술원 원예연구팀장은 "정식을 하려면 어느 정도 땅이 말라 있어야 하는데 비가 계속 이어진다면 배추, 무 등의 흉작과 가격 상승이 지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우용, 이해용, 이은중, 이강일, 김도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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