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타고 온 대법원장 후보자 "31년간 재판…수준 보여주겠다"(종합)

입력 2017-08-22 18:20   수정 2017-08-22 18:22

지하철타고 온 대법원장 후보자 "31년간 재판…수준 보여주겠다"(종합)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춘천서 시외버스·지하철 타고 홀로 대법원에 도착

"기대·우려 안다…청문회 철저히 준비할 것" 자신감 표출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방현덕 기자 = 차기 사법부 수장으로 파격 인선된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대법원장 후보자가 대법원장직 수행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후보자는 22일 오후 3시 20분께 양승태(69·2기) 대법원장을 면담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를 방문해 "저는 31년 5개월 동안 법정에서 당사자와 호흡하며 재판만 했다"며 "그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법원 안팎의 평가에 대해서는 원론적이면서도 신중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저는 판사라서 제 평판에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는데, 어제 저에 대해 분에 넘치는 기대와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충분히 이해될만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 역할의 중요성이나 대법원장의 위치에 비춰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청문 절차를 통해 기대에 부응하고,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양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13기수 아래이며 현직 13명 대법관 중 9명이 기수 상 선배다. 또 대법관 경험 없이 일선 법원장에서 대법원장으로 직행하는 점 등을 들어 일각에서는 사법부 수장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저도 불안하지만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아마 시작을 안 했을 것"이라며 "더 열심히 해서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등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부분은 나중에 청문 절차에서 상세하게 밝힐 것"이라며 "현안에 관해 나중에 청문회에 가서 일일이 할 이야기를 지금 모아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대법원에서 3년간 재판연구관을 하면서 밤낮으로 일했었다. 오늘 기분은 남다르다"고 소회를 밝히고 "이 자리는 대법원장을 뵙고 청문이나 이후 절차에 관한 가르침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대법원장 면담 방문에서도 '파격'을 연출했다.

그는 현재 근무지인 춘천에서 시외버스 편으로 강변 동서울터미널까지 온 뒤 지하철을 타고 서류가방을 든 채 서초역 인근 대법원에 도착했다. 수행원도 없이 온 탓에 대법원도 김 후보자의 구체적인 동선과 도착 예정 시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춘천지법 관용차가 있지만, 대법원 방문이 춘천지법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용차를 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17년 공직자재산공개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01년식 SM5 한 대를 보유했다.

내달 24일로 6년 임기가 끝나는 양 대법원장은 오후 5시까지 약 1시간 30분동안 김 후보자와 비공개로 면담했다. 김 후보자는 조만간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지원을 받아 청문회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청문회는 다음 달 초순께 이틀간 열릴 전망이다.




bang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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