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난주부터 다소 완화됐다.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평양에 책임을 묻겠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게재했다.
대북 '4 노(No) 원칙'(정권교체, 정권붕괴, 흡수통일, 침공)을 재확인하며 외교적 해법이 우선순위임을 천명하는 내용이다. 이에 북한도 당분간 미국 행태를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 코스피는 3거래일 상승했고 하루평균 외국인 수급도 플러스(+)로 전환했다.
그렇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조정을 이제 마무리 국면이라고 보긴 아직 조심스럽다.
지난달 24일 이후 외국인 자금의 일별 순매수 현황을 보면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일시적으로 순매도가 축소되는 현상을 반복했다.
이에 코스피는 소폭 반등 조짐을 보이다 재차 하락했다. 이번 주 반등은 이러한 흐름이 세 번째 반복되는 중이다. 가격지표가 강한 신호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치적 이슈의 결과를 점치기 힘들고 시장이 공포심리에 휘둘릴 때는 과거 사례를 보면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핵무기와 관련된 이벤트를 참고하기 위해 1962년으로 돌아가 보면 쿠바 핵미사일 기지를 둘러싼 미국과 소련의 대립은 오래된 사례지만 역사상 핵 위험이 가장 컸던 사건이라는 점에서 현재와 비교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1962년 10월14일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라는 사실이 미국에 알려지면서 미국과 소련 간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했다.
같은 달 22일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 해상 봉쇄령이 위기의 정점이었고 26일 소련의 기지 건설 포기 발표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당시 미국 주가를 살펴보면 전쟁 위기가 정점이던 10월23일이 주가지수의 저점이었다. 24∼25일은 핵전쟁 위협이 진정되지 않았음에도 주가는 소폭이나마 반등했다.
이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위험에 대한 인간의 인지 태도에 있다.
현실화될 경우 충격이 극단적이지만 확률이 낮은 리스크에 대해 위기 초기에는 가장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은 이 같은 현상을 '군중심리'로 설명한다.
투자자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보다 다른 투자자들의 행동을 모방하는 편이 더 낫다.
시장에 내가 모르는 정보가 있다면 손실을 피할 수 있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라도 나만 바보가 되는 것보다는 모두가 바보가 되는데 편승하는 편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모두가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서로서로 모방함에 따라 매도가 다른 매도를 부르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이 금융 시장에서 나타나는 '낯선 위험에 대한 초기 과잉반응'이다. 경험해본 적이 없는 극단적인 위험에 대해 주식시장이 단기급락을 경험하는 이유다.
가격지표, 최근 미국·북한발 뉴스 흐름과 과거 핵 위험 경우의 주가 반응 사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사태 해결이 가시화되기 전에 주식시장이 빠르게 반등하리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투자자로서는 주식을 팔기보다는 사야 하는 시점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지난달 24일 이후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고 있는 정보기술(IT)보다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업황 호조 기대가 있는 소재, 가격 매력이 높고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소비재가 편안해 보인다.
(작성자: 김영환 KB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
※ 이 글은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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