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구슬 "방황은 끝…이제 농구가 간절해졌어요"

입력 2017-08-23 07:42  

KDB생명 구슬 "방황은 끝…이제 농구가 간절해졌어요"

은퇴 번복 후 박신자컵 서머리그서 복귀전





(속초=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강원도 속초실내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여자농구 박신자컵 서머리그에는 오랜만에 코트에 복귀하는 선수들이 여럿 있다.

구리 KDB생명의 포워드 구슬(24)도 '돌아온' 선수 중 하나지만 사연은 좀 다르다. 부상 치료나 재활로 코트를 떠났던 것이 아니라 '농구가 싫어져서' 유니폼을 벗어 던졌다.

짧은 방황을 마치고 다시 코트로 돌아온 구슬은 22일 경기 후 "프로 데뷔전보다도 더 긴장됐다"며 "어떻게 게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2013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4순위로 KDB생명으로 간 구슬에게는 '유망주'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프로 데뷔 후에도 기량을 인정받아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아갈 무렵 2015-2016 시즌을 마치고 돌연 은퇴했다.

"그때는 정말 누가 뭐라고 해도 안 들렸어요. 농구가 정말 싫었고, 농구화나 코트만 봐도 진저리가 날 정도였죠. 훈련도 너무 힘들었고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스트레스에 흔들렸던 것이 조금씩 쌓였던 거죠."

초등학교 고학년 때 "빵 얻어먹으려고" 그리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이 재밌어서" 시작한 농구였고, 고등학교 때까지도 장난도 치면서 재밌게 농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생활 경험도 없던 갓 스물의 구슬이 갑작스럽게 마주한 냉혹한 프로의 세계는 농구에서 느끼던 재미를 단숨에 앗아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코트를 떠난 구슬은 그동안 못 만난 친구도 만나고 실컷 놀기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고 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나 '방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나갈 때는 정말 농구를 아예 보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나갔어요. 근데 알고 보니 제가 농구를 좋아하더라고요. 예전에 뛰었을 때 생각도 나고, 막 하고 싶어지고, 많이 그리웠어요."

올해 초 반년 만에 돌아온 구슬을 KDB생명은 그대로 받아줬지만 남은 시즌 내내 구슬을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몇 개월간 훈련을 전혀 하지 않은 몸 상태도 문제였지만, '간절함'을 느끼게 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실제로 농구장을 떠나있던 기간, 그리고 돌아와 벤치에 앉아있던 기간 구슬에게는 전에 없던 간절함이 생겼다.

"솔직히 전 정말 욕심이 없었어요. 그냥 하면 하는구나 했죠. 그러다 보니 훈련이 마냥 힘들기만 했고요. 과거에 함부로 행동했던 것 많이 후회하고 있어요. 그때의 경험이 저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된 거 같아요. 이제는 조금 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전에 없던 욕심이 너무 한꺼번에 생긴 탓인지, 구슬은 21일 첫 경기에서 16득점, 10리바운드를 하고도, 22일엔 14득점, 9리바운드로 팀 승리를 이끌고도 스스로에 만족하지 못했다.

"많이 아쉬워요. 오랜만에 뛰는 거라 너무 긴장해서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못 한 것이 자신도 한심스러워요. 나갔다 온 만큼 뭔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연습 때만큼도 안 되네요."

안 좋은 행동에 대한 팬들의 질책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구슬은 "이번 시즌에 기회를 주신다면 팀에서 가르쳐주신 대로 최선을 다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힘줘 말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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