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비오고 이상저온…"논에 쭉정이 천지" 농민들 한숨

입력 2017-08-23 12:13   수정 2017-08-23 13:43

연일 비오고 이상저온…"논에 쭉정이 천지" 농민들 한숨

궂은 날씨에 예년보다 7.6㎝ 웃자라…포기당 줄기 수도 적어

농촌진흥청 "궂은 날 열흘 이상 계속되면 벼 작황에 큰 영향"



(전국종합=연합뉴스) 결실기라 일조량이 충분해야 하지만 궂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벼가 웃자라기만 할 뿐 제대로 여물지 않는 탓에 농민들이 흉작을 걱정하며 애를 태우고 있다.




가을을 맞아 황금 물결을 이루는 논에는 봄철부터 이어진 가뭄과 장마, 잦은 비를 이겨내고 튼튼하게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이삭을 꼼꼼히 살펴보면 알이 제대로 패지 않은 부실한 벼가 많다.

예년보다 평균 기온이 낮았던 데다가 전국적으로 비가 자주 내리는 등 흐린 날이 많았던 탓에 일조량이 5∼6% 부족해 벼가 튼실하지 못하고 웃자랐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전국 45개 기상 관측 지점의 평균 최고기온은 27.6도를 기록, 평년(29.9도)보다 2.3도 낮았다. 평균 누적 강수량은 125.5㎜로 평년(69.7㎜)의 2배에 달했고, 일조시간은 5∼6%나 줄었다.

그나마 전남과 충남의 평균 기온은 각 28.1도, 26.5도로 평년보다 1.1도, 0.9도 높았지만 궂은 날씨 탓에 일조량은 줄면서 이들 지역 역시 벼 포기당 이삭(주당 수수)은 평년보다 줄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벼의 전체 길이(초장)는 전국 평균 100.8㎝로 예년보다 7.6㎝나 크다.

벼는 무작정 크게 자란다고 좋은 게 아니다. 흐린 날이 많아 튼실하지 못하고 연약하게 웃자란 것인데, 태풍 등 강한 바람이 불 경우 쓰러지기 십상이다.






전국 평균 벼의 포기당 줄기(주당 경수)는 16.4개로 예년보다 0.1개 적다. 게다가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 이삭이 제대로 팰지도 불투명하다.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결실기에 충분해야 할 일조량이 부족해 농촌에서는 속이 제대로 차지 못한 쭉정이로 인해 수확량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의 경우 포기당 이삭이 올라올 줄기는 평균 19.4개로 예년보다 1개 더 많지만, 오히려 낱알 수는 97개로 예년보다 0.3개 적다.

충남에서도 포기당 이삭 수가 작년보다 0.3개 적은 20.9개에 그쳤다.

경북의 최고기온은 예년보다 4도 높은 37도까지 올라갔고, 일조량도 4.7시간 많은 95.4시간에 달했지만, 강수량이 예년보다 29.4㎜ 많은 109.5㎜에 달할 정도로 비가 많이 온 바람에 포기당 줄기는 예년보다 0.2개 적은 20.9개에 그쳤다. 벼 전체 길이도 예년보다 9.2㎝ 웃자란 100.2㎝이다.


충북에서도 풍년 농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중생종의 경우 이삭이 나온 출수기는 지난 8일로 예년보다 하루 늦었고, 만생종 역시 예년보다 3일 늦은 22일이었다.

만생종의 경우 아직 벼 낱알 수가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중생종의 경우 포기당 이삭 수는 17.8개로 예년보다 1개 많으면서도 낱알 수는 90.2개로, 전년보다 0.3개 적었다. 이삭은 많이 팼지만 수확할 수 있는 낱알이 줄어든 것이다.

청주에서는 지난 1일부터 보름간 92.9㎜의 강수량이 기록됐는데, 작년 같은 기간 27.6㎜보다 무려 65.3㎜나 많았다. 이 역시 벼의 생육에는 악조건이었던 셈이다.

기상 조건이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기상청은 이달 말까지 상층 한기의 영향으로 대기가 불안정한 가운데 국지적으로 다소 강한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9월 들어서도 우리나라가 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구름이 많이 낀 날이 많을 것으로 예보돼 농민들을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다.

궂은 날이 많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벼의 생장에 장애가 생기면서 작황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충남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여러가지 기상 여건을 고려해봤을 때 수확량이 작년보다 1∼2%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며 "가을에도 날씨가 계속 흐리면 수확량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비가 자주 내리면 병해충이 빠르게 확산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올해 벼농사 작황이 방제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남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최근 비가 많이 내려 세균성 벼 마름병, 이삭누룩병, 목도열병 발생 우려가 있다"며 "평년작을 유지하려면 병해충 방제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벼 작황을 전망할 수 없지만, 이삭이 올라오면서 열흘 이상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 예년보다 풍년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철 손상원 심규석 이승형 한종구 기자)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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