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아시아 최대 규모의 벽화로 유명한 부산 수영구 민락어민활어직판장이 내부 공사를 둘러싼 다툼 탓에 8개월째 정상적인 운영이 안 되고 있다.
24일 민락어민활어직판장 번영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내부 공사를 위해 직판장 건물 2층의 초장집 6개가 철거된 이후 현재까지 1층 활어 직판장만 운영되고 있다.
2층 공간 전체는 내부가 철거된 상태로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
초장집은 손님들이 직판장에서 활어를 사 오면 저렴한 비용을 받고 반찬 등을 추가해 상을 차려주는 곳이다.
공사 이전까지만 해도 1층 직판장과 2층 초장집의 손발이 척척 맞았지만 초장집 운영이 안 되다 보니 손님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이같은 상황은 초장집 내부 공사를 둘러싼 다툼 탓이다.
한 민간업자가 초장집 지분을 가진 어민 195명 중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 공사에 나섰으나 수십명의 어민이 절차상 하자 등을 지적하며 공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최근 양측의 충돌로 일부 어민이 다치는 일까지 발생하자 관할 경찰서 인원 수십명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 대기하고 있다.
직판장은 1985년 수영구 민락동 어항 주변의 어부들이 갓 잡은 활어를 고무통에 담아 주변 횟집에 도매로 넘기거나 일부를 횟감으로 썰어 판 것에서 시작됐다.
민락동 어항을 매립한 시공사가 공유수면 매립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2008년 현재의 직판장을 만들어 민락동 어촌계 등의 어민들에게 분양했다.
직판장은 부산시 중구 남포동의 자갈치시장과 신동아 회센터와 함께 부산의 횟집 명소였다.
차량 6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직판장의 높이 56m 주차타워에는 독일 그래피티 작가 헨드릭 바이키르히(ECB)가 2012년에 부산청년문화수도 프로젝트의 하나로 그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벽화 '어부의 얼굴'이 있어 유명해졌다.
부산시와 관할 수영구는 초장집 내부 공사가 인허가 사업에 해당하지 않고 국비와 시비 등의 예산이 투입된 시설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직판장 문제에 관해 중재는커녕 뒷짐을 진 상태다.
수영구 관계자는 "직판장의 정상 영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나 행정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은 "직판장은 민락동 어민들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라며 "이대로 가면 어민 공동체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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