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울산청장, '직접 듣습니다' 코너 개설…첫주 136건 접수 호응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여름철에 순찰차 실내 세차를 특정 날짜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울산 한 경찰관의 요구다. 선배 동료나 부서장에게 제시한 의견이 아니다.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직접 요청한 것이다.
청장이 챙겨보기에는 다소 사소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흔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로 순찰차 실내환경이 오염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즉시 소독비와 장비유지비 등 관련 예산을 배정해 월 1회 실내 손세차와 상시 셀프세차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일선 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의 소통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황 청장은 지난 10일 전 직원에게 '여러분 개개인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근무여건과 조직문화 개선에 앞장서고자 한다. 황운하가 직접 듣습니다 코너를 만들었다. 익명성이 절대 보장되니 가감 없는 의견 개진을 부탁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문자메시지에 의견을 올릴 수 있는 인터넷 주소도 링크했다.
1주차에만 총 136건의 의견이 접수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
황 청장은 그 가운데 즉시 답변이 필요한 의견 8건을 선별, 답변을 달아 직원들에게 회신했다.
8건의 의견은 ▲ 지구대·파출소 근무형태 개선 ▲ 비번·휴무일에 직장교육을 참석해야 하는 문제점 개선 ▲ 경찰서 일일회의 간소화 ▲ 무연고자를 구청이 아닌 숙박업소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문제 개선 등 현장의 고충이 진지하게 반영된 내용이었다.
황 청장은 규정이 허용하고 당장 개선이 가능한 3건은 즉시 조치를 약속했다. 나머지는 '반론도 우세해 일단 보류한다'거나 '현장의 어려움이 해소되도록 경찰청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는 설명을 달았다.
황 청장의 이런 시도는 경찰 안팎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말단 직원까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수장이 직접 챙기는 소통 창구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말해도 어차피 안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묵살했던 의견들이 '말이라도 한 번 해보자'는 용기와 함께 황 청장에게 직접 보고되고 있다.
이 외에도 황 청장은 이달 초 취임 직후부터 색다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관으로 구성된 기동대 1개 중대 인력 84명을 30개 지구대·파출소로 보내 최일선 치안·대민 업무를 맡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주요 사건이나 지능범죄 등의 수사를 지방청이 맡고, 경찰서는 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민업무에 집중하도록 하는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경찰 내부의 소통과 자기비판을 보장하는 직장협의회 도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일련의 시도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방경찰청 조직의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과 우려가 나오기도 하지만, '발전의 여지가 있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는 응원도 적지 않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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