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투기과열지구 지정, 서면으로 '급행' 심사(종합)

입력 2017-08-24 20:31  

8·2대책 투기과열지구 지정, 서면으로 '급행' 심사(종합)

투기과열지구 지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 5년간 반대 '0'

김현아 의원 "위원 과반수가 공무원…거수기 아니냐"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8·2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이었던 서울·과천·세종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심의기구의 회의 없이 서면 심사로 급히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심의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는 최근 5년간 단 한 번도 안건이 부결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국토교통부가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 시행 내역' 자료에 따르면 8·2 대책을 앞두고 주정심 위원들이 회의를 열어 내용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서면 심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원장인 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주정심은 투기과열지구 지정뿐만 아니라 주택종합계획안,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해제안 등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 안건을 심의하는 기구다.

투기과열지구는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가 40%로 내려가는 등 19개 규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초강력 규제이지만 이를 위원들이 서면으로만 검토했다는 것이다.

주정심 서면 심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13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는데, 당시 찬성표는 16표밖에 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명은 반대했으며 7명은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찬성표가 3표만 모자랐어도 서슬 퍼런 8·2 대책의 핵심인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무산될 뻔한 상황이었다.

국토부는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는 서면 심의를 할 수 있는데, 심의 내용이 대외에 공개되면 주택시장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긴급한 사유에 해당돼 서면 심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8·2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과천시,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정해졌을 때 그 기준이 명확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국토부는 "청약경쟁률과 주택보급률 등 정량적 요건으로 대상 지역을 우선 가리고 나서 다시 주정심에서 여러 가지 종합적인 정성적 판단을 함으로써 대상 지역을 정한다"고 밝혔으나 이 주정심에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한편, 2013년 이후 최근 8·2 대책까지 주정심이 총 23차례 열렸으나 모든 회의에서 안건이 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정심 구성을 보면 총원 24명에 공무원인 당연직이 과반수인 13명을 차지하고 나머지 11명이 대학교수나 연구원장 등 위촉직으로 구성돼 있어 당연직들만 똘똘 뭉치면 웬만하면 안건이 통과되는 구조다.

위원은 2년 임기에 무제한 연임이 가능하지만 국토부는 위원들의 위촉 기간 등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연직 의원의 전문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당연직 의원 중 교육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등 부동산 문제와 큰 관련 없는 부처 차관들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정심이 국토부 등이 안을 짜오면 순순히 통과시켜주는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전망이다.






김현아 의원은 "주정심은 정부 관계자인 당연직 13명이 모두 찬성하면 위촉직 전문가 전원이 반대해도 가결되는 구조"라며 "최근 5년간 심의 결과 부결이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에서 주정심이 단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단체장은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이 안정되는 등 지정 사유가 없어졌다고 인정되면 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데, 해제 여부를 심의하는 것도 주정심"이라며 "거수기에 불과한 주정심이 지자체장의 정당한 요청을 의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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