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나흘 만에 경찰에 사살된 아부야쿱 친구들 언론 인터뷰서 밝혀
최근 몇달새 극단적 폭력사상과 이슬람 원리주의 주입받은 듯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너무나 모범적인 친구였는데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을…"
지난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도심의 람블라스 거리에서 승합차를 운전해 행인들에 돌진한 뒤 달아난 지 나흘 만에 경찰에 사살된 유네스 아부야쿱(22)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주 모범적인 청년으로 기억되고 있다.
어려서부터 학업성적이 뛰어났고 친구들과 골목길에서 축구공을 함께 찼던 아부야쿱이 15명의 무고한 인명이 죽고 120명이 다친 연쇄 테러의 주범 중 하나라는 사실을 친구들은 전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23일(현지시간) 엘파이스 등 스페인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아부야쿱은 1995년 모로코의 소도시 므리트에서 태어나 부모와 함께 네 살이 되던 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소도시 리폴로 이주했다.
리폴은 프랑스와 국경을 맞댄 피레네 산자락의 풍광 좋은 도시로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평화로운 산간 도시에서 4형제 중 하나로 자란 아부야쿱은 어려서부터 학업성적에 두각을 보였다고 한다. 친구들은 그를 다소 내성적이지만 초·중·고교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던 친구로 기억했다.
"우리처럼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어요. 모범적인 학생이었어요. 우리 아버지는 언제나 아부야쿱을 가장 모범적인 청년으로 치켜세웠어요. 내게 그 친구만큼만 하라고 할 정도였는데, 이런 일을 벌이다니…"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유네스는 금형 관련 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직해 성실하게 근무하며 모은 돈으로 차를 사기도 했다.
시트로앵, BMW 등의 승용차를 사들였다가 되파는 등 차 마니아였다고 친구들은 기억했다.
"그 친구는 우리 중에 돈도 제일 잘 버는 친구였어요."
그는 축구도 좋아해서 10대 시절에는 리폴의 청소년 클럽에서 선수로 뛰기도 했다. 한 친구는 "우린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축구공을 찼다"며 "아부야쿱은 우리 사이에선 완전 스타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이들이 공을 차며 뛰어놀던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냉혈한 테러리스트로 변한 유네스는 승합차를 몰아 밴을 돌진시켜 13명의 사상자를 낸 뒤, 달아나면서는 1명의 시민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가짜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경찰에 저항하면서 여느 이슬람국가(IS) 테러리스트들과 똑같이 "알라후 아크바르"(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
친구들은 똑똑하고 성실하며 말썽을 일으킨 적도 없는 모범적인 친구가 1급 테러리스트가 됐다는 사실을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면서 "분명히 그를 세뇌한 사람이 매우 영리한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 당국은 아부야쿱 등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모로코 이민 2세들이 최근 몇 달 사이 이슬람 성직자 압델바키 에스 사티(40)에 의해 이슬람 원리주의와 극단적 폭력 사상에 급속도로 물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티는 자신이 배후조종한 테러리스트들에 폭탄을 제조하던 주택에서 폭발사고로 사망해 정확한 범행 동기가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의 가족들이 사는 리폴의 한 주택가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이 여전히 진을 치고 있다.
이 테러리스트의 어머니는 아들이 여전히 도주 중이던 지난주에도 리폴 시내 광장에 나가 어디선가 자신을 보고 있을지 모를 아들을 향해 자수를 권유했다.
그러나 15명의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집단의 핵심 노릇을 하던 아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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