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게이트 감독 부름에 고사…"이제 물러날 때"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살아있는 전설' 웨인 루니(31·에버턴)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루니는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제 물러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언제나 열정적인 잉글랜드 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니는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대표팀 감독이 이번 주에 전화해 내게 다음 경기에 잉글랜드 팀에서 뛰어달라고 말씀하셨다"며 "정말 감사하지만, 오랫동안 힘들게 고민한 끝에 대표팀에선 영원히 은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답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잉글랜드를 위해 뛴 것은 나에게 언제나 특별했다. 선수나 주장으로 뽑힌 순간들은 모두 진정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9살 때 에버턴 유스팀에서 축구를 시작한 루니는 17살 때인 2003년 2월 당시 역대 최연소로 잉글랜드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해 8월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04 예선에서 마케도니아를 상대로 골을 뽑아내며 대표팀 최연소 득점자로도 기록됐다.
2006년과 2010년, 2014년 세 차례의 월드컵에 출전했고, 2008년, 2009년, 2014년, 2015년 네 차례 잉글랜드 최고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총 119번의 A매치에 출전해 53골을 넣었다. 잉글랜드의 그 어떤 선수보다도 많은 득점 기록이고, 골키퍼 피터 실턴 다음으로 많은 출장 기록이다.
루니의 마지막 A매치는 2016년 11월 스코틀랜드와의 러시아월드컵 예선 경기였다. 당시 루니는 어시스트 하나를 기록했다.
올해 3월 사우스게이트의 대표팀 소집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지난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에버턴으로 옮긴 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면서 이번에 다시 한 번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오랫동안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상당 기간 주장 완장을 차면서 루니에겐 영광의 순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적도 많았다.
'악동'으로 불릴 정도로 크고 작은 사고도 쳤고, 특히 월드컵 무대에서는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포르투갈전에서 퇴장을 당해 자국 팬들의 비난을 샀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알제리와의 무승부 이후 야유하는 팬들을 비아냥거리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월드컵 본선 첫 골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월드컵 본선 무대의 부진은 루니에게도 회한으로 남아있다.
루니는 이날 "몇 안 되는 후회 중 하나가 토너먼트에서 잉글랜드 성공을 이뤄내지 못한 것"이라며 "언젠가는 꿈이 이뤄질 것이고, 나 또한 팬으로서, 또는 어떤 자격으로든 그곳에 함께 하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크고 작은 논란에도 잉글랜드 대표팀의 영원한 주장으로 기억될 루니의 대표팀 은퇴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잉글랜드축구협회 그레그 클라크 회장은 루니를 "그 세대의 아이콘이자 의심의 여지 없는 레전드"라고 칭하며 "루니의 대표팀 은퇴를 지켜보는 일은 슬프지만,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17살의 루니를 대표팀에 처음 발탁한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은 "루니가 내년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며 "내가 감독이라면 월드컵 이후로 은퇴를 미루라고 설득할 것이다. 잉글랜드는 여전히 그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표팀에서는 은퇴했지만, 루니의 축구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친정팀 에버턴 복귀 이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루니는 지난 22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EPL 통산 200번째 골을 터뜨렸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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