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방폭등·환기 팬 등 하청이 관리"…도장은 STX조선→K기업→M기업으로 이뤄져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김동민 기자 = STX조선해양이 지난 20일 폭발 사고가 난 선박의 시설 안전 관리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근로자들의 도장작업 역시 재하청 구조 속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제대로 된 장구도 갖추지 못한 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해경 수사본부는 원청인 STX조선이 사고가 발생한 잔유(RO) 보관 탱크의 시설 안전 관리 업무를 하청업체 3곳에 맡긴 것으로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STX조선이 방폭등(작업등), 작업대(발판), 공기 흡·배출기를 구입·설치하면, 관리는 서로 다른 하청 3곳이 각각을 맡아 유지·관리해온 것으로 수사본부는 파악했다.
탱크 안에서 이뤄진 도장작업 역시 사내 협력업체 K기업이 맡았다.
수사본부는 숨진 작업자들이 사고 현장 관리·감독자로 지정된 K기업 물량팀장 조모(55) 씨가 대표로 있는 소규모 도장업체인 M기업에 속한 점을 토대로 도장작업이 재하청 구조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작업자들은 M기업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데다 M기업으로부터 급여를 받았다고 수사본부는 설명했다.
재하청 구조 속에서 작업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 장구도 지급받지 못했다.
작업자들은 밀폐 공간에서 착용해야 하는 송기마스크뿐만 아니라, 정전기로 인한 폭발 방지를 위한 제전화, 제전복 역시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본부는 이를 토대로 재하청 구조를 STX조선이 알고도 묵인했는지, 재하청 과정 속에서 위법한 사안은 없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검찰, 고용노동부와 함께 정례 회의를 열고 고용 관계 등을 정확히 파악할 방침이다.
수사본부 측은 "명시돼 있진 않지만 비정규직 작업자들의 경우 작업에 필요한 개인 장구류는 원청이 아닌 소속 업체에서 제공해온 것으로 안다"면서도 "이 사건과 관련해 송기마스크 등 개인 안전 관련 장비를 누가 지급해야 할 책임이 있는지 판례 등을 보고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작업 신청·허가서의 내용과 달리 사고 당일 RO 탱크에 1명이 더 일한 점과 관련해서는 "(근무) 조건이 바뀌면 허가서를 재발행해야 하지만, 조건 변경 이후에도 재발행되지 않은 것이 맞다"며 "재신청 의무자인 조 씨와, 발급 및 현장 감독 의무가 있는 원청 관계자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TX 측은 "사측에 제출된 자료로는 숨진 근로자들이 K기업에 입사한 것으로 표기된데다 (상해·사망 관련) 보험 역시 K기업과 맺은 것으로 확인돼 K기업이 다시 하청을 준 사실을 몰랐다"며 "사고가 나고 며칠 지난 22일에야 알았다"고 밝혔다.
또 안전 관리 업무를 하청에 맡긴 데 대해서는 "과거보다 일감이 많이 줄었고, 물량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이 있을 때마다 협력업체에 관행적으로 (시설 관리를) 맡겼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금속노조 경남지부 홍지욱 지부장은 "이번 참사 원인은 원청의 안전 관리 시스템 붕괴"라며 "시설 관리, 특히 방폭등 등 안전과 관련된 업무를 외주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설 관리 부분을 외주화했다면 원청이 최소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STX조선에서는 지난 20일 오전 11시 37분께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RO 탱크에서 폭발이 일어나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4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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