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사과 탄저병 확산, 영천·청도 복숭아 '우수수'…수확 포기 농가도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평생 농사를 지었으나 우박에 폭염, 병충해까지 겹쳐 올해처럼 힘든 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경북에서 사과 등 과일 농사를 짓는 많은 농민은 요즘 밭에 갈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고 한다.
가격 하락, 인건비 증가 등으로 농사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는데 날씨마저 농민을 괴롭힌다.
폭염, 잦은 비, 가뭄 등 작황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조건이 다 나타나는 바람에 농사를 망쳤다고 하소연했다.
안동시 녹전면 신평리에 사는 최정규(56)씨는 24일 오전부터 과수원에서 탄저병에 걸린 사과를 따내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모처럼 비가 오지 않았으나 사과나무마다 달린 탄저병 사과는 최씨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동생과 함께 농사를 짓는 9천900여㎡ 사과밭 전체에 탄저병이 번졌다.
이 과수원뿐 아니라 안동 대부분 지역 사과밭에도 퍼졌다. 안동에 올해 탄저병 발생 정도는 지난해 2배 수준인 것으로 안동시는 파악하고 있다. 비가 오는 날씨가 이어지면 탄저병은 더 번질 것으로 본다.
7∼8월 비가 자주 내리고 계속된 폭염이 탄저병이 확산할 여건을 만들었다. 탄저병을 옮기는 포자는 빗방울이 튈 때 많이 퍼지기 때문이다.
탄저병에 걸린 사과는 모두 따서 땅에 묻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과수원 바닥에 방치하면 비가 내릴 때 다시 포자가 번질 수 있다.
확산 방지를 위한 농약 방제는 비가 오지 않을 때 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비가 잦아 방제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최씨는 탄저병 사과가 30% 이상으로 계속 따내고 있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고 했다. 다시 비가 오는 날씨가 이어지면 사과 50%가량을 따내야 할 수도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수확을 시작했거나 조만간 하는 중생종인 시나노스위트나 홍로 품종뿐 아니라 주요 추석 성수품인 만생종 후지에도 탄저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같은 기상상태가 이어지면 탄저병이 진정되리라고 장담하지 못한다"며 "후지 품종에 탄저병이 많이 번지면 추석 사과값은 많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동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농가가 자율적으로 탄저병 방제를 해서 발생 정도는 사과밭마다 다르다"며 "수확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방제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요령 등을 농민에게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 북부 과수 농가는 지난 6월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적과(열매 솎아내기)를 끝냈거나 하고 있을 때 우박이 쏟아졌다. 크기가 방울토마토만 한 것도 있었다.
안동시 와룡면 백승준(52)씨 사과밭에서는 70%가량 우박 피해를 봤다.
농민들은 우박 맞아 깨진 것은 솎아내고 상처가 덜한 열매를 키웠다. 그러나 표면에 남은 상처는 사과가 커져도 아물지 않고 그대로 남아 상품성이 떨어졌다.
게다가 7월에는 폭염으로 사과 표면이 화상을 입는 일소(日燒) 피해를 보는 농가도 생겼다.
폭염과 잦은 비에 따른 과수 피해는 경북 남부에서도 나타났다.
영천과 청도, 경산에 있는 복숭아밭 곳곳에는 고온다습한 날씨 영향으로 수확을 앞둔 복숭아가 많이 떨어졌다.
복숭아 낙과(落果)는 수확을 10∼15일 정도 앞둔 상태에서 고온다습한 날씨 영향으로 복숭아 내 에틸렌 발생이 늘면서 생긴다. 특히 가물었다가 비가 오는 등 갑자기 수분 변화가 심하면 심해진다.
영천시 임고면 수평길 일대에 몰려 있는 복숭아밭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복숭아가 바닥에 뒹굴고 있다. 썩어들어가는 떨어진 복숭아 주변에 벌레가 들끓고 악취가 나지만 농민들은 치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 복숭아가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밭마다 차이는 있으나 심한 곳에는 대부분 열매가 떨어진 나무도 상당수에 이른다.
나무에 붙어 있는 복숭아도 잦은 비로 수분 흡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당도가 떨어졌다. 수확하더라도 상품성이 낮아 수확 포기를 생각하는 농가도 생겼다.
경북도농업기술원 청도복숭아연구소는 "수확 전에 낙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급격한 수분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배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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