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권단체, '마약과의 전쟁' 희생자 거론 "부적절" 비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정보기관 책임자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주먹인사'(fist bump)를 하는 모습이 공개돼 부적절하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호주 대외담당 정보기관인 호주비밀정보국(ASIS) 닉 워너 국장은 지난 22일 필리핀 대통령궁을 방문, 두테르테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함께 오른손 주먹을 쥐고 팔을 앞쪽으로 뻗고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런 인사법은 지난해 필리핀 대통령 선거운동 때 선보인 두테르테의 트레이드 마크로, 그는 당시 범죄자 수천 명을 죽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장면은 필리핀 대통령궁이 사진들을 공개하면서 드러났고, 호주 내에서는 즉각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호주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하면서 최대 5천500명을 숨지게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최근 필리핀 경찰이 17살 학생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하게 함으로써 필리핀 각지의 시위를 유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호주 주요 야당 노동당 소속의 연방 하원의원인 앤서니 번 정보·안보합동위원회 위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 정보기관 수장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사진"이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호주지부장인 일레인 피어슨은 "호주 정보기관의 수장이 수천 명의 살해를 부추긴 사람과 주먹 인사를 하는 모습은 역겹기 짝이 없다"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워너 국장과 이야기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런 모습의 사진이 찍혀 공개된 것은 그의 생각이 아니었을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호주 외교부 대변인은 워너 국장이 대테러 정보 협력 강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지역 국가의 지도자와 각료들을 만난다고 설명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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