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서 테러첩보에 공연 취소…관객들 불안 떨며 발 돌려
거리엔 차량돌진 방어벽 설치…노르웨이에선 선거 이슈 부상
공항·역 검문강화, 수시 대피령…일각에선 '테러불감증' 우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잇따라 발생하는 테러에 대한 공포로 유럽의 일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낮이 긴 유럽의 여름은 관광하거나 공연을 즐기고 친구·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삶의 여유를 누리기에 최적의 시기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유럽인들의 일상이 유럽을 떠도는 테러라는 '유령'에 위협받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 벨기에, 영국, 독일 등 서유럽의 주요국가에 집중됐던 테러가 최근엔 남유럽의 스페인, 북유럽의 핀란드로까지 번지면서 유럽인들이 체감하는 테러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가 최근 들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미국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군의 'IS 섬멸전'에 밀려 와해 직전까지 몰리면서 IS와 함께 싸웠거나 IS를 도왔던 유럽인들이 속속 귀환하고 있어 잠재적 테러 위협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또 일부 IS 조직원들은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 행렬에 위장 침투해 유럽행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난민에 대한 유럽인의 시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이에 대한 난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어 '또 다른 갈등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내부에선 소외당하고 차별과 불평등을 겪어온 사람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극단주의에 세뇌돼 과격화하거나 심한 경우 '외로운 늑대'로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돌변하면서 또 다른 불안과 공포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축제 현장이나 공연 행사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검문검색대가 설치되고 경찰의 경계가 강화되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테러 강박증(?)을 떨쳐 버리기엔 역부족이다.
일부에선 다중이 모이는 행사 주최를 아예 꺼리는 움직임마저 있고, 고심 끝에 강행하는 공연이나 행사도 테러 첩보가 입수되면 취소되거나 축소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폭발물 의심 신고로 대피령이 발령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시와 경찰은 23일 오후 로테르담 시내의 공연장 '마실로'에서 예정된 미국 출신 록밴드 '알라-라스'의 공연을 공연 시작 몇 시간을 앞두고 급히 취소했다.
스페인으로부터 갑자기 테러 첩보를 통보받은 데 따른 조치였다. 더욱이 경찰은 행사장 주변을 몇 차례 오가며 배회하던 스페인 번호판의 미니밴을 적발했고, 이 차량 내에선 여러 개의 가스통이 발견돼 폭발물 처리반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연을 보려던 관객들은 테러 불안 속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앞서 지난 5월 영국 맨체스터에서는 미국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장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22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럽의 공항과 역에서는 테러에 대비해 검문검색이 강화돼 비행기나 열차 이용 절차가 까다로워 지면서 여행객들의 불편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벨기에는 고속열차에 대한 테러에 대비해 지난달 중순 탈리즈, TGV, ICE 등이 운행하는 브뤼셀 미디역 등 주요 3개 역에 금속탐지기와 수하물 스캐너를 설치해 공항에 준하는 보안검색을 시행하고 있다.
벨기에 당국은 지난 한 달간 1만7천 명의 승객과 2만2천 개의 수하물에 대해 특별 검색을 실시, 테러대비를 강화했다고 23일 밝혔다.
대신 승객들의 탑승소요시간은 예전보다 더 길어졌다.
또 주요 도시마다 중무장한 군인들이 테러에 대비해 경계를 서는 모습은 이미 오래된 사진 속의 한 장면이 됐고, 최근엔 주요 거리나 건물 앞마다 차량돌진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육중한 콘크리트 방어벽이 설치돼 고풍스럽고 화려한 주변 건물과 '부조화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음 달 11일 총선을 앞둔 노르웨이에서는 차량돌진테러 방어벽설치가 선거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야당인 중도성향의 자유당은 집권당인 보수당이 테러대책에 대해 수동적이라면서 "오슬로 중심가인 칼 요한스 거리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차량돌진테러를 막기 위해선 더 강화된 테러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테러 공포에도 불구하고 잇따른 거짓 테러신고와 당국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늑대와 양치기 같은 일이 자주 발생하면서 '테러불감증'을 우려하기도 한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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