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일주일 후면 결판나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입력 2017-08-24 19:16  

[연합시론] 일주일 후면 결판나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서울=연합뉴스) 기아자동차 노조가 낸 통상임금 소송 1심 선고가 오는 31일 내려진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권혁중 부장판사)는 24일 기아차 노조 소속 생산직 근로자 2만7천여 명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변론 절차를 모두 마치고 선고 일정을 이렇게 잡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사 양측이 회사를 위하는 마음은 같을 것인 만큼 그간 만들어준 자료를 보고 신중히 잘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5년 이상 끌어온 이 소송의 결과는 기아차 등 완성차업체들은 물론 유사소송에 휘말린 다른 200여 개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끈다.



기아차 근로자들은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이에 따라 늘어나는 각종 수당 차액을 지급하라며 사측에 7천220억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당시 임금채권이 살아 있던 최근 3년 치만 요구한 것이었다. 이번에 노조가 승소하면 기아차의 추가 부담액이 최소 1조 원에서 최대 3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7천868억에 불과했던 기아차는 곧바로 적자로 돌아설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다. 기아차 지분 33.9%를 보유한 현대차 역시 지분법상 손실이 불가피하고, 노조가 기아차와의 임금 형평을 요구하면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기아차 노조 측은 2013년 대법원이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고정적·일률적·정기적'으로 지급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면서 법원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는 설사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해도 현재의 심각한 경영난을 고려할 때 법원이 '신의 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소급 지급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맞선다. 신의칙은 서로 신뢰에 어긋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상 원칙이다. 대법원도 갑을오토텍 판결에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발생시킬 경우에는 신의칙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했다. 광주고법도 지난 18일 금호타이어 노조원 4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경영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과 신의칙을 들어 1심 판결을 뒤집고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지금 '8월 위기설'이 나돌 만큼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올 상반기 중국 내 판매가 47% 급감하면서 영업이익도 반 토막 났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의 미국·중국·서유럽 시장 점유율도 작년 7%대에서 올해 5%대로 추락했고, 국내 생산량은 7년 만에 최저로 내려앉았다. 게다가 현대·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협상 결렬을 이유로 부분 파업에 들어가 6년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한국시장 철수설'이 나도는 한국GM은 2014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누적적자가 2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사측은 현재 개인별 임금 수준이 2002년의 2.5배로 뛰었고 작년 총인건비는 2010년 대비 50% 이상 늘어났다며 과중한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올 기아차의 통상임금 판결에 국내 자동차산업의 명운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완성차 회사와 협력 부품업체에서만 2만3천여 개 일자리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비슷한 소송이 진행되는 다른 업계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여진도 우려된다. 법원은 업계의 어려운 상황과 근로자의 복리 증진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면밀히 살펴 현명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아울러 법원에 따라 엇갈린 통상임금 판결을 명쾌하게 정리하는 기준도 제시하기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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