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미사 등도 열려…더딘 복구 작업에 현지 주민 '분통'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중부 산간 지대를 뒤흔들며 총 299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6.0의 강진이 발생한 지 꼭 1년이 됐다.
가장 큰 피해가 났던 아마트리체를 비롯한 이 일대 마을들은 24일 일제히 추모 행사를 열어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들과의 추억을 되살렸다.
249명이 숨지고, 마을의 4분의 3 이상이 파괴된 아마트리체에서의 추모식은 이날 자정 무렵 일찌감치 시작돼 밤새 이어졌다.
살아남은 주민들과 희생자들의 유가족은 추모식에서 사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고, 고인들에 얽힌 일화를 공유하며 다시 한번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이어 1년 전 희생자들을 보내는 대규모 장례식이 열린 마을 외곽의 축구장을 기점으로, 아직도 당시 무너진 집들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있는 마을 곳곳의 길을 걷는 침묵의 촛불 행진을 펼치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지진이 엄습한 시각인 새벽 3시36분, 촛불 행렬이 마을의 돈 미노치 공원에 이르렀을 때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이 종소리는 희생자 수를 상징하는 249차례 이어지며 아마트리체 전역을 울렸다.
이탈리아의 대표적 파스타인 아마트리치아나의 본고장 아마트리체에서는 지진 당시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 축제가 열리고 있던 터라 축제를 보러온 관광객들과 마을 주민들이 새벽 단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건물 잔해에 깔려 대거 희생됐다.
또, 돌로 건축된 구 시가지의 4분의 3이 파괴되고, 도시의 상징물이던 중세 시계탑까지 작년 10월, 지난 1월 뒤이은 규모 6.0 안팎의 추가 강진에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한 곳으로 꼽히던 아마트리체는 거의 폐허로 변했다.
지진 1년이 지났으나 구도심에서는 지진으로 초래된 100만t에 달하는 잔해의 90%가량이 여전히 쌓여 있을 만큼 재건 작업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어 현지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진 1주년을 앞두고 마을 입구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비를 제막한 세르지오 피로치 아마트리체 시장은 언론과의 회견에서 "잔해 제거 작업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잔해들은 우리의 고통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이곳에서 다른 감정을 느낀다. 어떤 날은 (타지역 주민들이 보여주는)연대에 힘을 얻다가도, 다른 날은 더딘 복구 작업에 완전히 분노하기도 한다"고 말하며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 복구·재건 작업에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아마트리체에서는 이날 오전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미사도 이어졌다.
약 50명의 사망자가 나온 인근 아쿠몰리, 아르콰타 델 트론토, 페스카라 델 트론토에서도 이날 별도의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1년 전 이 일대의 지진으로 인한 피해액을 총 235억5천만 유로(약 31조3천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와 내년까지 5억 유로를 투입해 주민들이 거주할 임시 가옥을 제공하고, 지진 잔해를 제거하는 등 복구 작업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중부 산간 지진 1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21일 남부 나폴리만의 이스키아섬에서 일어난 규모 4.0의 지진으로 또 다시 큰 피해가 나 정부는 지진 복구 작업에 드는 재원 마련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이스키아섬 지진으로는 2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다쳤다. 또, 가옥과 교회 등이 무너지며 2천600여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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