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에반스, 아이들과 잠실구장서 밤늦도록 '플레이볼'

입력 2017-08-25 08:09   수정 2017-08-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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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에반스, 아이들과 잠실구장서 밤늦도록 '플레이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4일 서울 잠실구장의 한 테이블석에는 젊은 서양 여성이 코흘리개 아들 둘, 아직 걷지 못하는 딸 아이와 함께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넥센 히어로즈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서로 장난을 치며 놀기에 바빴고, 이 여성은 자녀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으면서도 두산 팬들의 응원을 재미있어했다.

혼자 보기는 아깝다는 듯 아이들에게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그라운드가 아닌 응원단 쪽을 여러 번 가리키기도 했다.

이들은 두산의 외국인 타자 닉 에반스(31)의 아내와 세 아이다.

두 아이의 아빠이던 에반스는 지난해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까지 휴식을 취하던 기간 딸을 얻었다.

당시 에반스는 셋째 아이 출산을 지켜보기 위해 미국에 다녀오기도 했다.

에반스는 가족을 미국에 남겨두고 한국에서 홀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다만, 구단 관계자가 보기에 '또 왔네' 싶을 정도로 가족의 한국행은 잦은 편이라고 한다.

에반스는 이날 두산의 6-5 역전승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팀이 1-2로 지고 있던 4회말 솔로포를 날렸다.

이후 수비 과정에서 종아리 부분에 근육통을 느껴 선수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

경기는 오후 10시가 조금 지나 종료됐다. 경기가 끝난 지 15분쯤 지났을까. 조명이 꺼진 텅 빈 그라운드에 에반스 가족이 나타났다.

에반스는 사복 차림이었다. 아직 걸음마를 못하는 딸은 엄마한테 안겨 있고, 두 아들은 어린이용 방망이를 각자 쥐고 있었다.

에반스는 오후 11시가 다 되도록 둘에게 배팅 볼을 던져줬다.

아이들은 3∼4m 앞의 아빠가 던져주는 공에 열심히 방망이를 휘둘렀고, 잘 맞은 공은 간간이 2루 베이스 주변까지도 갔다. 그러면 에반스는 공을 주워와 다시 던져줬다.

에반스 가족의 '플레이볼'은 셀카로 마무리됐다. 에반스는 잠실구장의 모습이 잘 담기도록 스마트폰 각도를 조절한 뒤 자신을 포함한 5명을 사진에 담았다.

먼 훗날 에반스 부부가 다 큰 아이들에게 '예전에 아빠가 한국에서 뛸 때 지금은 허물어지고 없는 잠실구장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해줄지도 모르겠다.

ksw0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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