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호대상자 600명 불안한 상태…주요 거점 다시 파악해야"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헤어진 동거남의 위협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최근 피살된 사건은 경찰이 위치추적장비를 과신하며 업무에 허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신변보호용 위치추적 기능이 있는 '스마트워치'는 아직 기능상 한계가 있다.
스마트워치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와이파이(무선인터넷), 기지국 표시(셀) 3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해 신고자의 위치를 알린다.
위치를 오차범위 10m 내로 알리는 GPS 방식을 맨 먼저 쓰다가 이 방법이 실패하면 와이파이(오차범위 최대 300m), 기지국 방식을 순차적으로 시도한다.
GPS, 와이파이와 달리 기지국 표시 방식은 매우 부정확하다. 기지국(셀)마다 반경이 다르지만 넓은 곳은 2㎞나 되는 곳도 있다.
도심을 벗어나거나 건물 내부에 있으면 스마트워치가 기지국 방식으로 작동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신고자 위치 찾기는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에 빗댈 정도로 힘들다.
지난 21일 피살된 A씨는 부산 강서구 신도시 주변 자신의 민속주점을 찾아온 전 동거남을 보고 주점 내에서 긴급신고 버튼을 눌렀지만 기지국만 표시됐다.
경찰 관계자는 "기능적 한계가 명확했음에도 장비를 너무 맹신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사건은 장비 탓보다 '인간 경찰'의 부서 간 정보 공유 부족과 역할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A씨가 주점 앞 거리에서 살해될 당시 112상황실은 순찰차를 A씨 집으로 출동하도록 지령을 내렸다.
기지국 반경 내 A씨 집과 민속주점이 모두 포함돼 있었지만 상황실은 집 주소밖에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신변보호 대상자를 등록할 때 A씨 면담 기록을 보면 아파트(집) 이야기만 나오고 민속주점 이야기는 없어 집 주소만 등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범행 2시간 전인 오후 4시 30분께 신변보호대상자 순찰업무를 하는 지구대 경찰관은 주점을 찾아와 A씨의 안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대와 112상황실 간 정보 공유에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측 한 인사는 "A씨의 동선을 처음부터 꼼꼼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신변보호 대상자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할 것을 감수할 정도로 절박했는데 경찰은 직장과 같은 주요 거점도 몰랐다는 사실이 안일함의 증거가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전국의 경찰서에는 A씨의 것과 동일한 기종의 스마트워치가 2천50대 보급돼있다.
이 중 600여 대가 현재 신변보호대상자에게 지급됐다.
경찰청은 위치표시 기능이 향상된 신형 기기를 오는 9월부터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기기는 위성 1대를 이용해 피해자 위치를 파악했는데 새로운 기기는 2대의 위성을 이용함에 따라 사각지대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은 신형기기 또한 사각지대가 조금 줄어들 뿐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경찰 내부의 한 관계자는 "600여 명의 신변보호 대상자들이 언론 보도를 접한 뒤 얼마나 불안에 떨고 있겠는가"라면서 "이들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보호대상자들의 주요 거점을 지금이라도 꼼꼼하게 재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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