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몸 아프다는건 핑계…체포영장 발부할 것"…군부, 국경경비 강화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재임 기간에 농민을 위해 시행한 고가 쌀 수매 과정의 비리를 방치한 혐의(직무유기)로 형사 재판을 받아온 잉락 친나왓(50) 전 총리가 25일로 예정됐던 선고공판에 불출석했다.
이런 가운데 태국 군부 정권은 잉락의 해외도피 가능성을 제기했고, 태국 대법원은 재판을 연기한 채 체포 영장을 발부해 신병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태국 대법원의 칩 쭐라몬 판사는 성명을 통해 "잉락이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변호인을 통해 재판 연기를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잉락이 아프다는 걸 믿지 않는다. 체포 영장을 발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다음달 27일을 차기 공판일로 지정했다. 이 공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잉락은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잉락 전 총리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서 해외 도피설이 제기됐다.
쁘라윗 왕수완 태국 부총리겸 국방부장관은 기자들에게 "그녀가 도망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그녀가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만 들었다"며 국경 경비를 강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잉락의 변호인은 그녀가 태국에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해외 도피설이 사실이라면 잉락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돼 해외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전철을 밟게 된다.
그러나 잉락은 지난달 현지 일간 방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끝까지 법정에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은 총리 재임 중인 2011∼2014년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쌀을 수매하는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을 폈다.
이 정책은 탁신 일가의 정치적인 기반인 북동부(이산) 지역 등의 농민들에게서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잉락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을 축출한 군부는 잉락을 쌀 수매 관련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해 5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했고, 검찰은 재정손실과 부정부패를 방치했다면서 그를 법정에 세웠다.
법원은 민사소송에서 지난해 10월 잉락에게 무려 350억 바트(약 1조1천700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또 법원은 이와 별도로 쌀 수매 과정의 부정부패를 방치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형사 재판도 진행해왔다.
한편, 태국 군부정권은 이날 잉락 지지자들이 대거 대법원에 모일 것을 우려해 4천명의 경찰 병력을 배치했고, 전국 주요 도로에서 잉락 지지자들의 상경을 봉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