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에 영양염류 쓸려와 녹조↑…금강은 유량·유속 증가로 줄어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가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여름 유난히 잦은 비로 영양염류가 대량 유입된 탓이다.
그러나 금강 녹조는 잇단 강수로 유량이 많아지고 유속이 빨라진 덕분에 예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돼 있는 대청호 회남(보은) 수역의 남조류 세포 수는 20만6천126cells/㎖(지난 21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회남 수역은 잔디밭인지 호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초록색 녹조로 뒤덮인 상태다.
추동(대전 동구) 수역마저 지난 21일 남조류 세포 수가 1만4천422cells/㎖로 측정됐고 문의(청주) 수역 역시 9천540cells/㎖을 기록했다.
대청호에 조류경보제의 두 번째로 높은 단계가 내려진 것은 2012년(당시 '경보'단계) 이후 5년 만이다.
올해 녹조 상황이 심각한 것은 여름 유난히 자주 내렸기 때문이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던 6월 19일 문의 수역에서만 겨우 48cells/㎖의 남조류가 검출됐다.
그러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녹조 상황이 악화해 7월 말부터 대청호에 조류경보가 발령되기 시작하더니 남조류 세포 수가 20만 이상으로 치솟은 것이다.
대청호 녹조 주범은 소옥천 주변 축사 공터에 쌓여 있는 축산 분뇨다.
녹조의 먹이가 되는 인과 질소를 다량 함유한 가축분뇨가 빗물을 타고 대청호에 유입돼 녹조가 급증한 것이다.
실제 지난 6월 24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대청호에 553.7㎜의 비가 내렸고, 지난달 1∼4일 111㎜의 강수량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 14∼17일에도 총 108㎜의 비가 내리는 등 집중 강우도 수차례 이어졌다.
반면 금강은 지난 17일을 기해 공주보, 백제보에 내려졌던 수질예보제 관심 단계가 해제되는 등 예년보다 나은 상황이다.
지난해 이맘때 부여 백제보 인근 금강의 남조류 세포 수는 14만5천cells/㎖를 초과, 물고기들이 물 위로 주둥이를 내밀고 헐떡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기준 남조류 세포 수는 백제보 1천830cells/㎖, 공주보 4천805cells/㎖, 세종보 3천870cells/㎖다.
올해 여름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강수량(지난 20일 기준)은 615.3㎜로, 평년(603.1㎜) 강수량을 웃돌면서, 강의 유량이 많아지고 유속이 빨라진 덕분이다.
남조류 세포 수가 늘어나려면 체류시간이 증가해야 하는데 물이 빠르게 지나가다 보니 녹조가 생기지 못한 것이다.
또 대청댐 수위가 높아져 방류량까지 늘어 금강에는 비교적 깨끗하고 수온이 낮은 대청댐 '중층' 물까지 섞여 수질이 좋아졌다.
오히려 비가 많이 내린 이후로 지난 7일 백제보의 남조류 세포 수가 2만3천54cells/㎖던 것이 지난 21일에는 1천830cells/㎖로 줄어드는 등 남조류 세포 수치가 낮아지는 추세다.
앞으로 금강에 남조류 세포 수가 증가할 수는 있지만, 지난해 수준으로 심각하진 않을 것으로 금강유역환경청은 내다봤다.
금강유역환경청은 대청호 녹조 상황이 심각한 만큼 이 지역의 오염원 단속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대청호 인근의 축사 등 오염원 특별단속을 하고, 위반 사항 발견 시 엄정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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