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박근혜 공모' 판단 → 뇌물 준 것 인정돼 받은 것도 인정될 듯
재판부 다르지만 사실관계·증거·법리 판단 유사해 중형 불가피 전망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승마 지원금을 법원이 뇌물로 인정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이 부회장은 뇌물을 준 당사자, 박 전 대통령은 그 뇌물을 받은 수수자로 기소돼 있어 이 부회장의 유죄 판단은 대칭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유죄까지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이 부회장의 유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금을 뇌물공여액으로 인정했다. 정씨에 대한 지원이 최씨에 대한 지원과 같고,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은 공모했다고 봤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정유라의 말 구입비 등 77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봤고, 재판부는 이 가운데 마필 수송 차량 구입비 등 5억원을 제외한 72억여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그간 "최씨가 삼성에서 승마 지원금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어떻게 공모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공소장에 빠져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날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김종 전 문체부 차관 등에게 승마 선수 '정유라'를 직접 언급하고, 이 부회장과 단독 면담에서 승마 지원이 미흡하다고 질책하며 임원 교체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배경에 최씨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서 삼성의 승마 지원 진행 상황을 계속 전달받은 것으로 보이고, 최씨의 독일 생활이나 승마 지원과 관련한 주변인의 인사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며 이 역시 두 사람의 공모 관계를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최씨가 설립해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16억여원을 후원한 것도 뇌물로 인정했다.
2015년 7월 2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을 통해 빙상단체 지원을 요구했고, 2016년 2월 3차 독대 때는 최씨가 작성한 영재센터 사업 계획서를 이 부회장 측에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은 영재센터가 사실상 최씨의 사익추구 수단인 것을 알았다고 보인다"며 "결국 삼성의 승계 작업을 인식하고 있던 대통령이 최씨의 사적 이익을 위해 영재센터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 부회장의 재판은 형사27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재판부가 다르다 해도 사실관계나 주요 증거나 법리 판단은 대동소이한 만큼 '준 사람은 유죄인데 받은 사람은 무죄'와 같은 모순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만일 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중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뇌물 범죄의 경우 뇌물을 준 사람은 유죄가 인정돼도 법정형이 무거운 편은 아니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하지만 뇌물을 받은 사람은 준 사람보다 더 엄하게 처벌한다.
특히 뇌물액수에 따라 가중 처벌되는데, 그 금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뇌물액수로 인정한 금액은 단순 뇌물공여액이 72억여원, 제3자 뇌물로 제공한 금액이 16억여원이다. 결국, 재판부가 여러 사정을 참작해 최저 형량의 2분의 1까지 줄여주는 '작량감경'을 해도 최소 징역 5년이다.
박 전 대통령으로선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되는 상황에서 남은 재판을 받아야할 처지인 셈이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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