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밍' 파문 잊었나…지방의회 외유성 해외연수 다시 고개

입력 2017-08-27 07:10  

'레밍' 파문 잊었나…지방의회 외유성 해외연수 다시 고개

제천·여수시의회·전남도의회 해외연수 대부분 관광지 방문

연기했던 지방의회들 연수 재추진 움직임…"철저한 관리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달 16일 시간당 90㎜의 폭우가 쏟아져 충북이 사상 최악의 수해가 발생했는데도 이틀 뒤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 4명이 유럽 연수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연수 일정 상당 부분이 파리 개선문, 로마 시대 수로, 모나코 대성당, 로렌초 성당, 피사의 사탑, 베니스 비엔날레 주 전시장 등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짜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물난리 외유'라는 오명을 얻었다.

행정문화위원장으로 이 연수를 주도한 김학철 의원은 비판 여론과 관련, 국민을 '레밍'(쥐의 일종)으로 빗댄 발언을 해 파문을 키웠다. 결국 예정보다 서둘러 귀국했지만 비난 여론은 들불처럼 거세게 번졌다.

예상치 못한 비난 여론에 놀란 정치권은 해당 의원들을 당에서 제명하는 등 서둘러 '꼬리 자르기'에 나섰고,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지방의회들은 이미 계획했던 해외연수를 앞다퉈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하면서 몸을 사렸다.

그러나 '레밍 파문'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어서면서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자 지방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충북 제천시의원 9명은 지난 25일부터 7박 9일간의 일정으로 미국 연수에 나섰다.

이들은 로스앤젤레스(LA) 한인상공회의소와 시청·시의회를 비롯해 LA 사회복지기관을 방문키로 했지만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 브라이스 캐니언 국립공원, 자이언 캐니언 국립공원,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일정도 빼놓지 않았다.

일정만 놓고 보면 의정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기관 방문보다는 관광지 방문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지탄의 대상이 됐던 지방의회 외유성 해외연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 연수비용은 1인당 480만원으로 이 가운데 250만원이 제천시 예산으로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 여수시의회도 8명의 의원이 지난 22일 8박 10일의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 연수에 나섰다.

이들은 여수시 관광과 마이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백악관, 국회의사당, 나이아가라 폭포 등을 둘러본다.

여수시의회 연수 역시 관광지 방문 일정이 다수 포함돼 있다. 충북도의회처럼 최근 때아닌 늦장마로 수해가 발생한 가운데 연수를 강행한 것이어서 지역의 여론이 싸늘하다.

지난 22일 오후 여수에는 한때 시간당 109㎜의 폭우가 내려 도원사거리가 침수돼 차량이 통제되고, 주택 상가 등 18곳이 침수됐다.

여수시민협의회는 "비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해외연수를 떠난 여수시의회는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연수 후 제출한 보고서를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이번 해외연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남도의회 농림수산해양위원회 소속 도의원들도 농수산업 사례 파악을 명목으로 지난 23일 일본 홋카이도로 3박 4일의 연수를 다녀왔다.

전남도의회는 올해 들어서만 남아프리카공화국·짐바브웨, 발리, 하와이,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 목적을 의심케 하는 국가에 연수를 다녀와 '혈세로 세계 일주를 한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레밍 파문'으로 해외연수를 연기했던 일부 지방의회들도 하반기에 연수를 재추진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지방의회 해외연수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기헌 충청대 교수는 "지방의회 연수를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며 "연수 사전 심사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연수보고회를 철저히 해 문제점이 발견되면 연수비를 반납하게 하는 등 강력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상원 김광호 이재림 홍인철 김선호 변우열 기자)

b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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