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고 급증하는데 뚜렷한 안전 규제장치 없어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에 사는 김모(32) 씨는 지난달 퇴근길 승용차를 운전하다 아찔한 경험을 했다.
도로에서 주차장으로 우회전하다 인도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전동킥보드와 부딪힌 것이다.
김 씨는 "어둠 속에서 전동킥보드가 툭 튀어나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승용차와 전동킥보드의 접촉 사고를 찍은 블랙박스 영상이 급증하고 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전동 휠 등 개인용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관련 사고는 2012년 29건에서 지난해 137건으로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용자는 늘었지만 안전을 담보할 법 규정은 없다.
방향지시등, 전조등, 룸미러, 브레이크 램프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 설치와 관련된 규제가 없다 보니 시중에 나온 제품 태반이 안전을 담보하지 않는다고 사용자들은 말한다.
개인용 이동수단은 '부딪치면 중상'이라는데 이용자들 모두 공감하는 실정이다.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는 전조등과 반사등을 갖추고 승인받은 개인형 이동수단만 차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동킥보드 동호인인 장모(34) 씨는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중 안전장치를 갖춘 제품은 거의 없어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고 이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고가 나도 관련 보험이 없어 사고처리도 쉽지 않다.
한 대여업체를 통해 여행 중 전동킥보드를 이용한 한 이용자는 주차된 차량을 긁고 지나가 대여비의 수십 배에 달하는 돈을 차량 수리비로 지급해야 했다.
개인형 이동수단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된다.
배기량 50cc 이하의 오토바이와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필요하며 인도나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없다.
도로교통법상 합법적으로 개인형 이동수단을 타려면 차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차도는 너무 위험해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용자들은 주장한다.
전동킥보드를 3년째 타고 있는 김모(28) 씨는 "보통 시속 20∼30㎞로 다니는 개인형 이동수단을 차도로 내몰고서 안전하게 타라고 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며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사고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개인형 이동수단이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반영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결과는 감감무소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개인형 이동수단의 이용자가 늘면서 사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레저용품을 넘어 이동 교통수단으로도 활용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번호판이나 전조등을 갖추고 안전기준을 통과한 이동장치만 도로에 나올 수 있도록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handbrothe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