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조사와 별도로 범정부 차원 특별조사위 구성 여론도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과 전투기 무장 출격 대기 의혹 등과 관련해 국방부가 다음 달 초부터 약 3개월 동안 특별조사에 착수한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서 출발한 특별조사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 5·18의 진실을 규명을 계기가 될지 관심이 높다.
국방부를 주시하는 광주 5·18 단체의 시선은 달라진 군에 거는 기대와 '용두사미'로 끝날지 모를 결과에 대한 우려가 교차한다.
◇ 특별조사단이 밝혀야 할 의혹들
5·18 단체가 국방부 특별조사단에 거는 가장 큰 기대는 발포명령자 규명과 행방불명자 소재 및 집단매몰지 발굴이다.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로 시민 34명이 숨졌고, 시민군이 결성됐다.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최초의 발포명령자는 37년이 흐른 지금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발포 명령'을 명기한 군 기록을 이달 24일 공개했는데 문건은 현장 부대에 내려온 작전지령이 아닌 상부로 전하는 첩보보고로 확인됐다.
5·18재단 측은 군이 발포명령자 규명을 위한 기록 공개와 진상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라며 해당 문건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은 5·18 행방불명자 숫자를 재조사하고, 이들이 암매장된 장소를 찾는 일 또한 특별조사단이 풀어야 할 과제다.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역에는 국립묘지 안장을 희망한 67기의 빈 무덤이 마련돼 있는데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헬기사격'도 반드시 풀어야 할 5·18 과제다.
지상과 상공에서 동시다발적인 사격을 했다는 것을 입증하면 신군부의 자위권 발동 주장을 무너뜨릴 수 있어 헬기사격 경위와 전개 시점 규명이 필요하다.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신군부의 전투기 광주공습 계획도 반드시 사실 여부를 검증해야 할 과제다.
◇ 진실 규명 제대로 이뤄질까
대통령의 특별지시와 정치권은 물론 한데 모인 국민의 열망으로 5·18 진실 규명을 향한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하지만 과거 수차례의 조사와 수사에도 굳건히 닫힌 진실의 문이 이번에 쉽게 열릴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1988년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 김영삼 정권 때 두 차례 진행된 5·18 검찰 수사, 2007년 국방부 과거사위원회 조사에서 전두환 신군부는 '발포 명령'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5·18 사건을 수사한 당시 검찰은 신군부 주장대로 발포가 자위권 발동에 따라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는데, 이를 반박할 자료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번 국방부 특별조사에 대해서도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특히 특별조사단을 지휘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광주사태' 발언은 광주 지역사회에 진실규명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을 주고 있다.
송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로 지칭했다.
송 장관은 현장에서 지적을 받고 '광주민주화운동'이라고 정정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발탁한 그조차 신군부의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여론이 들끓었다.
또 폭탄을 장착한 전투기가 공습 명령을 기다렸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광주와 무관할 것이라고 밝힌 답변도 논란을 일으켰다.
사회적으로 관심 쏠린 의혹을 밝혀야 할 군 최고 수뇌부가 선입견을 품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송 장관에게 집중됐다.
이 때문에 국방부에 조사를 맡기지 말고 법적 강제력을 지닌 범정부 차원의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양래 5·18재단 상임이사는 27일 "5·18 진상을 스스로 충분히 밝힐 수 있었던 군은 37년 동안이나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북한군 개입', '폭동' 등 역사 왜곡을 방관해 왔다"며 "대통령 명령으로 시작된 특별조사에 군의 진정성이 담겨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 상임이사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법적 강제력을 지닌 정부 차원의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며 "국방부 조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면 언젠가 새로 출범할 특별조사위원회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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