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공개한 이재용 판결 근거] ①'박근혜 뇌물' 왜 유죄인가

입력 2017-08-25 20:30  

[법원이 공개한 이재용 판결 근거] ①'박근혜 뇌물' 왜 유죄인가

"삼성, 이재용 경영권 승계에 대통령 도움 기대해 금전 제공"

승마 지원·영재센터 후원은 뇌물…재단 출연은 대가성 없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5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등 5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직 임원들이 승계 작업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 지원금 등을 댔다고 인정했다.

다음은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주요 근거.


◇ 이재용 승계 위한 청탁 인정…지배구조 개편은 승계 작업

재판부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오로지 이재용의 이익을 위한 건 아니라도 이재용의 삼성전자나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를 주요 목적으로 이뤄졌음이 인정된다고 결론 내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지배구조가 단순화되고 제일모직의 강제 금융지주 전환 문제가 해결된다는 점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 강화, 즉 이재용의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합병과 관련한 신규순환 출자 고리 해소 부분도 결과적으로 처분 주식 수 감소를 초래해 지배력 강화와 관련 있다고 봤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관해서는 인적 분할과 현물 출자를 통해 삼성물산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결과가 초래돼 이재용의 삼성전자나 생명에 대한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이런 것들을 보면 삼성그룹에서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추진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승계 작업 인식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이재용 부회장의 계열사 지배력 확보 등을 포함한 승계에 대해 정부 금융감독 당국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관심을 갖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는 '삼성 승계 모니터링'이란 기재가 있고, 민정수석비서관인 우병우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가 작성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처럼 각종 현안에 대해 엄청난 양의 보고를 받는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승계에 관심을 기울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런 점을 보면 대통령은 삼성 승계 문제를 인식할 수 있었고, 특검이 제시하는 바와 같은 명확한 개념은 아니어도 개괄적으로나마 이 부회장의 계열사 지배력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개념과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박근혜-최순실, 승마 지원 공모

특검이 주장한 증거에 의하면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은 오래전부터 개인적 친분을 맺어왔고, 취임 후에는 국정 수행에도 최씨의 관여를 수긍해왔다고 재판부는 인정했다.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승마 지원에 관한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지원이 미흡한 경우 그를 강하게 질책하고 임원 교체를 요구했으며 승마 지원이 이뤄지자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통령이 삼성의 승마 지원 경과를 알고 있던 점에 비춰 대통령은 최서원으로부터 승마 지원 상황을 계속 전달받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독일 생활이나 승마 지원 관련 주변인들의 인사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


◇ 이재용, '박근혜 요구는 정유라 지원 위한 것' 알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정윤회 또는 최서원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다수의 언론보도가 있었던 2014년 12월이나 2015년 1월 무렵엔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정권 실세의 딸과 연관돼 있음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원오(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소통하기 시작한 2015년 3∼6월경엔 대통령의 승마 지원 요구가 사실은 정유라 지원 요구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재판부는 봤다. 이는 곧 대통령에 대한 금품 공여와 같다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결국 대통령의 승마 지원요구가 최서원 개인에 대한 지원요구임을 이 부회장 등이 알고 있었다는 게 법원의 결론이다.

용역 대금은 코어(코레)스포츠를 사실상 1인 회사로 개인 기업같이 운영하고 지배하던 최순실씨에게 지급됐고,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됐다. 최씨가 코어스포츠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으며, 최씨에 대한 이익 제공은 은밀하게 이뤄졌다고 법원은 인정했다.

3차례의 독대와 승마 지원 과정에서 포괄적 현안인 승마 지원에 대해 대통령이 우호적 입장을 취하고,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대가로 금품을 지원했다고 인정했다. 즉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즉 삼성 관계자들은 승계 작업에서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지원 요구에 응해 뇌물을 제공했다고 재판부는 인정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2014년 9월 1차 독대 이후부터 정유라 승마 지원이 이뤄지는 동안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박상진 사장 등에게 대통령 요구를 전달하고, 승마 지원에 관한 포괄적 지시를 했다고 봤다.

이후 승마 지원 경위를 보고받는 등 승마 지원에 관여했다고도 인정했다.

결국 다른 피고인들과 공모해 기능적 행위 지배를 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 영재센터 지원도 뇌물

재판부는 영재센터 지원의 대가 관계를 인정했다. 두 차례 독대와 지원 과정에서 포괄적 승계 현안과 관련해 대통령이 우호적 입장을 취하고 정부 부처 등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대가 관계에 대한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은 1차 독대 때 빙상단체 지원을 요구했고 2차 때는 최순실씨가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전달했다. 영재센터가 사실상 최씨의 사익 추구 수단인 걸 알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시 지원 대상, 규모, 방식을 특정했고 1, 2차 모두 후원 계약 체결이나 후원금 지급에 관해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의 최상위에 있는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 장충기 사장의 결정으로 신속히 집행됐다.

시기상 영재센터 지원은 승계 작업의 일부를 이루는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고리 해소, 금융지주사 전환 등 개별 현안이 이뤄지는 시기에 이뤄졌다. 대통령의 직무 집행 공정성이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 미르·K재단 출연금, 뇌물 인정 안 돼

재판부는 미르·K재단이 최순실씨의 사적 이익 추구 수단이었고 대통령도 최씨가 각 재단을 이익 추구 수단으로 쓰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한 게 인정된다고 봤다. 미르·K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 상황이 상당히 비정상이었다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직무집행 대가로서 재단을 지원한다는 묵시적 양해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문화융성과 스포츠 활성화를 정책으로 해왔고 삼성은 매년 5천억원 이상을 다수 공익재단에 출연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대통령이 '기업에서 관심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문화·체육 재단의 출연을 요청하고, 여기에 응한 게 이 부회장 입장에서 직무집행 대가라는 인식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 부회장 등이 출연금 결정에 적극적이거나 능동적인 의사결정을 한 사실이 없고, 전경련에서 정해준 액수에 수동적으로 응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설명했다.

결국 재단 지원 부분은 이재용, 최지성, 장충기가 승계 작업에 대한 도움을 기대하고 뇌물을 준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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