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8·2 부동산 대책으로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아파트 경매에서 과다 금액으로 낙찰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응찰자들이 시세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27일 법원경매전문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3일 경매에 나온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감정가 9억 원의 106%인 9억5천811만 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은 경매에 처음 부쳐진 신건으로, 응찰자 수는 단 한 명뿐이었다. 이 응찰자는 경쟁자를 의식해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다가 감정가보다 무려 6천만 원가량 높은 금액에 낙찰받은 것이다.
같은 날 경매에 부쳐진 서울 양천구 목동 건영아파트 전용면적 84.3㎡ 물건도 감정가 3억5천만 원의 110%인 3억8천667만 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 역시 처음 경매에 나온 신건으로 응찰자 수는 2명이었다. 2등은 3억5천563만 원을 써냈다.
대책 발표 엿새 후인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4가 삼익플라주 아파트 전용면적 84.5㎡ 신건 역시 감정가는 4억9천만 원이었으나 5억2천251만 원에 낙찰됐다.
단 2명이 입찰에 나선 가운데 낙찰자는 2등이 써낸 4억9천383만 원보다 3천만 원 비싸게 낙찰받은 것이다.
8·2 대책을 비켜가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경기도의 비규제지역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나왔다.
지난 17일 진행된 경매에서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인계극동스타클래스 아파트 전용면적 85㎡가 감정가 2억8천900만 원에 나왔다. 이 물건에는 1명이 단독으로 응찰해 감정가의 111%인 3억2천만 원에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8·2 대책 발표 당일 경매에 부쳐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사리현동 동문아파트 전용면적 84.6㎡는 감정가가 2억4천만 원이었으나 1명이 단독 입찰해 감정가의 112%인 2억6천800만 원에 낙찰받았다.
이처럼 경쟁자가 없는 데도 3천만~6천만 원가량을 더 써낸 것은 '시세 파악'을 잘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지옥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 예상하고 가격을 높게 써냈는데, 다른 사람들은 정작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경매에서 빠지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로 보인다"며 "분위기 파악을 잘못한 케이스들"이라고 말했다.
대책 발표 후 기존 아파트들의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등 주택시장이 '혼란기'를 겪고 있어서 벌어지는 일인 셈이다.
한편 경매시장에서 서울 지역은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 경매가 더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이달 들어 서울 연립·다세대의 낙찰률이 30%로 주저앉은 것은 물론이고 경매시장의 주요 지표인 낙찰가율(7월 91.2%→8월 2~23일 84.6%)과 평균 응찰자 수(7월 4.4명→8월 2~23일 2.9명)가 동반 감소했다.
8월 평균 응찰자 수 2.9명은 2013년 7월(2.8명) 이후 가장 낮은 경쟁률이다.
올해 들어 서울 연립·다세대 경매는 평균 응찰자가 매달 4~5명을 꾸준히 유지했었다.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 경매시장은 수요층이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엷어서 더 크게 위축된 측면이 있다.
경매 업계 관계자는 "대출을 강화하고 다주택자 규제를 포함한 8·2 대책으로 인해 법원 경매시장에도 당분간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며 "투기 수요가 빠져 경쟁률이 낮아진 만큼 실수요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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