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가격 150만배 상승…'돈벌이 기대'에 거래규모도 코스닥 추월
가격 불안정·범죄에 악용…"부작용 줄이고 기술적 장점 살려야"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가상화폐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금융거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등 차세대 핀테크 기술의 핵심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반면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과도한 투기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한때 유행했던 사행성 도박 '바다이야기'와 비슷하다는 혹평도 있다.
◇ 거래가 150만배 상승…거래규모는 코스닥 추월하기도
2009년 출시된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치는 수년간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2010년 5월 22일 라슬로 한예치라는 프로그래머가 1만 비트코인(BTC)으로 피자 2판을 산 것이 첫 거래로 기록됐다.
첫 거래 대상인 피자 2판 가격은 약 30달러로 추정되므로 당시에는 1BTC의 가치가 약 0.003달러(약 3.4원)에 불과했던 셈이다.
최근에는 1BTC의 가격이 4천483.55달러(약 504만원)까지 치솟았으니 7년여만에 비트코인의 가치가 149만4천배로 뛴 셈이다.
가상화폐의 가치 상승과 더불어 시장도 커졌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발표에 의하면 이달 19일 하루 거래량이 2조6천1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날 장 마감 기준 코스닥시장의 하루 거래 대금 2조4천300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가상화폐로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 보증장치 없는데다 가격 널뛰기…범죄에 악용도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단시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거래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지만 본질적으로 보증장치가 없는 자산이라 손실의 위험이 늘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으로 규정된 화폐의 경우 중앙은행이 독점적으로 발행하고 해당 국가의 공식 지급수단으로 규정하는 등 공신력을 보장하지만, 가상통화는 발행기관이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나 시중은행은 쓰고 남은 비트코인을 원화와 교환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거래 대상으로 삼아 사고파는 과정에서 돈을 조달할 수는 있지만, 화폐로서의 가치가 보장되지 않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기도 한다.
지난 1월 중국 인민은행이 비트코인 거래 관련 불법행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후 중국 내 비트코인 가격은 1BTC이 장중 6천450위안에서 5천800위안으로 약 10%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거품이 꺼지면 전자화폐가 화면상의 숫자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가상화폐 투자 열풍은 범죄에도 악용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가짜 가상화폐를 미끼로 투자금을 모아 가로챈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근 2명을 구속하고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전산상의 숫자를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라고 속여 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액은 약 191억원으로 추산됐다.
최근에는 마약을 사면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거나 음란사이트 운영자가 결제 수단을 비트코인으로 사용하는 등 비트코인이 검은돈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당국은 가상화폐를 정부가 공인한 통화와 같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다 보면 상황의 변화에 따라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병목 한국은행 전자금융조사팀장은 "가상화폐라고 얘기하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화(法貨, 법정통화)라는 오해를 유발할 수 있어서 '가상통화'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 금융거래 혁신 가능성…"제도적 기반 마련해 부작용 줄여야"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는 가상화폐의 기술적 기반에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자체가 현금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법정통화와 같은 보장성이 없지만, 이를 운용하는 기술인 블록체인을 활용해 전자 금융 거래를 하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공유하도록 설계된 일종의 분산형 장부인데 안전성이 높고 중앙 서버를 유지하는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박정운 KEB하나은행 미래금융사업부 팀장은 "은행은 보통 거대한 기간 시스템을 만들고 거기에 모든 정보와 서비스를 넣어두는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서버의 용량을 유지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든다"며 "블록체인 방식을 이용하면 하드웨어 투자 비용이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자꾸 털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비트코인을 만드는 알고리즘이 털린 것이 아니라 거래소가 털린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비트코인 자체를 만드는 기술은 안전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판단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화폐의 실용화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안정성이나 편리성 등이 검증되면 이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국은 비트코인처럼 생산 당시 실물 화폐가 뒷받침되지 않은 가상화폐를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은행들은 지폐에 기반을 둔 디지털 통화 형식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화폐 거래소 등 업계 종사자들은 부작용을 줄이고 기술적 가능성을 살릴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주식 사기나 유사수신 등 투기 심리를 활용한 범죄는 가상화폐 등장 이전에도 존재했던 만큼 가상화폐 자체를 문제시하기보다는 부작용을 막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쓰자는 주장이다.
가상화폐 거래업체인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 "비트코인을 인공지능으로 거래한다는 등의 말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행태도 많이 벌어진다"며 "거래소 등록 규제 과정에서 필터링 등을 해서 소비자 보호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는 4차 산업 혁명 및 사물 인터넷과 접목되면서 금융거래 양태 등 많은 것을 바꿀 것이다"며 "악용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이 기술의 잠재성을 사장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