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3등급…최고풍속 시속 200㎞·900㎜ 강우 동반
인구밀집 휴스턴·샌안토니오 영향…트럼프 '재난대처 시험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본토에 상륙하는 허리케인 중 12년 만에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닌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25일 밤(현지시간) 미 텍사스 주(州) 남부 연안도시 코퍼스 크리스티에 상륙할 예정이어서 인명·재산 피해가 우려된다.
미 국토안보부와 연방재난관리청(FEMA), 텍사스 주 정부는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 지사는 미국 4대 도시 휴스턴이 있는 해리스 카운티를 비롯해 주내 30개 카운티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 2005년 '윌마' 이후 가장 강력한 허리케인
미 국립기상청(NWS)과 국립허리케인센터에 따르면 멕시코만 해상에서 텍사스 연안을 향해 북상 중인 허리케인 '하비'는 최고 풍속이 시속 120∼125마일(193∼201㎞)에 달하는 '카테고리 3' 등급으로 발달했다.
허리케인은 카테고리 숫자가 높을수록 강력하며 카테고리 5가 최고 등급이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하비'가 2005년 10월 허리케인 '윌마' 이후 12년 만에 미 본토에 곧장 상륙하는 카테고리 3 등급 허리케인이라고 밝혔다.
2005년 8월 수십만 명의 이재민을 낸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풍속 위력 면에서는 '윌마'보다 약했다.
텍사스에는 2008년 카테고리 2 등급인 허리케인 '이케' 이후 9년 만에 메이저 허리케인이 상륙하게 된다.
'하비'는 강풍 외에도 최고 35인치(970㎜)의 비를 쏟아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해안 지역에는 높이 12피트(3.7m)의 해일이 일 것으로 예보됐다.
국립기상청은 "이제 강풍에서 몸을 숨겨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제대로 된 피신처를 찾지 못하면 인명 피해와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생명을 위협하는 홍수와 해일이 연안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으니 대비해야 한다"고 알렸다.
텍사스 인근 루이지애나 주에도 홍수 경보가 내려졌다. 텍사스에는 이미 홍수와 허리케인 경보가 발령된 상태다.
특히 이번 허리케인이 인구밀집 지역인 휴스턴, 샌안토니오 등 대도시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많은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 주민 자발적 대피·휴교…원유정제시설 가동 중단
허리케인 '하비'가 상륙할 코퍼스 크리스티부터 인근 갤버스턴까지 텍사스 남부 연안 도시 인구는 580만 명에 달한다.
미 연방재난관리청은 해안 지역 저지대에 사는 주민에게는 홍수와 해일 피해를 우려해 고지대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아직 강제 대피령이 내려진 건 아니지만, 갤버스턴 등 일부 카운티에서는 주민들에게 자발적으로 대피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는 생수와 필수 식량 등의 사재기 현상도 나타내고 있다.
코퍼스 크리스티의 존 매컴 시장은 "허리케인이 상륙하게 되면 일부 지역에 전기와 식수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주민들이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연안은 물론 휴스턴에서도 막 새 학기에 들어간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져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텍사스 남부 연안 원유 정제시설도 비상체제다.
재난당국은 텍사스에 밀집한 정제시설 중 85%가 피해를 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이 운영하는 후버오일가스 공장은 감산 체제에 들어간 데 이어 필수 인력만 남기고 작업장 인력을 철수시켰다.
석유 메이저기업 셸도 텍사스 정제공장에 있는 근로자 200명을 귀가 조처했다.
◇ 트럼프 행정부 재난대처 '첫 시험대'
미 언론은 허리케인 '하비' 상륙이 임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의 재난대처 능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고 연이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토안보부 등에 남부 허리케인 방재를 위해 긴급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애벗 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방 차원의 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텍사스 주내 방위군 병력도 방재 작업에 동원될 예정이다.
일부 언론은 "이번 주말엔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도 골프장에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주자 시절이던 지난해 8월 루이지애나 홍수로 13명이 사망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마서스 비니어드 골프장에 있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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