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험칙·논리법칙 위반 안되면 간접증거로도 음주운전 인정"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술에 취해 차 안에서 잠든 운전자가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과 2심에서 유·무죄 판결을 오간 끝에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피고인이 줄곧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음주운전 사실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도 없었지만 법원은 여러 간접증거를 판단 근거로 삼았다.
27일 서울북부지법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월 서울 노원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낸 뒤 차 안에서 잠든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92%였다.
1심은 음주운전이 인정된다며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가 비용 문제로 다퉈 기사가 현장을 떠났으며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블랙박스나 폐쇄회로(CC)TV 영상, 목격자 진술 등 A씨의 음주운전을 입증할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술을 마신 상태로 차 안에 있다 단속됐지만 음주운전 사실은 확인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A씨가 운전석에서 시동을 걸고 전조등을 켠 채 잠을 자고 있었고, 변속기가 운전(D) 위치에 놓였던 점을 보면 음주운전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한다"며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제4형사부(박남천 부장판사)는 무죄를 주장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을 확신하게 하는 증거가 있어야 하지만,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로도 이뤄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교통사고를 내고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는 112신고가 있었던 만큼 대리기사가 차를 버리고 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도 정확히 밝히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음주운전 사실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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