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혐의 모두 유죄'…특검-이재용, 항소심 '배수진' 공방

입력 2017-08-27 13:55   수정 2017-08-28 06:16

'5개 혐의 모두 유죄'…특검-이재용, 항소심 '배수진' 공방

'포괄적 현안·묵시적 청탁'·박근혜-최순실 공모 여부 등이 핵심 쟁점

특검·이 부회장, 이번주 항소장 제출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다음 달부터 시작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선 1심만큼이나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 사이의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혐의 사실 중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5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따라서 2심에서 이를 뒤집어야 하는 삼성은 '배수진'을 치고 변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 측도 1심이 무죄로 판단한 미르·K재단 출연금 부분에 대해 2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내고 여타 인정되지 않은 혐의 사실도 더 인정을 받겠다는 입장이라 한 치 양보 없는 격돌이 예상된다.

양측은 이번 주 중 항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 '포괄적 현안'에 '묵시적 청탁' 존재했나

27일 법원에 따르면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나 그에 따른 신규 순환출자 고리 해소 등 '개별적 현안'과 관련해서는 삼성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청탁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을 두고선 양측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삼성의 승계 작업에 사회적 이목이 쏠렸고, 청와대 내에서도 관련 보고서 등을 작성한 점에 비춰 박 전 대통령도 승계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측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며 직접 '승계를 도와달라'고 말하진 않았어도, 최소한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이 깔렸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재판부가 인정한 '승계 작업'의 존재부터 부정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이나 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등은 계열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뤄진 일일 뿐이며 각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합병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해도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결권은 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미 그룹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어 별다른 승계 작업이 필요 없다고도 강조했다.






◇ '뇌물죄 핵심' 박근혜-최순실 공모했나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삼성의 승마 지원 과정에서 서로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승마지원에 관심을 보이며 지원이 미흡하다고 이 부회장을 질책한 점, 이 자리에서 승마협회의 임원 교체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점, 최씨에게서 승마지원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전달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즉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 이 부회장에게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달라고 요구한 것부터 배경에 최씨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아이디어는 최씨가, 구체적인 실행(요구) 행위는 박 전 대통령이 맡는 식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뇌물수수 범행을 공모했고, 이 경우 비록 뇌물이 귀속된 주체가 비공무원인 최씨라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단순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굳이 두 사람이 '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이 필요조건은 아니라는 판단도 내놨다.

하지만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했다는 구체적 경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고, 모두 정황 증거들뿐이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최씨나 정유라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자신도 최씨와 공모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며, 최씨가 삼성 측에서 승마 지원금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2심에 올라가면 ▲ 포괄적 현안에 대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부분 ▲ 포괄적 현안 청탁에서 고의성 인정 여부 ▲ 공무원인 아닌 제3자가 받은 금전 지원이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본 부분 ▲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경제적 이익을 함께 향유하는 사이라는 부분 등에 대한 입증이 더 엄밀하게 경제적 공동체는 아예 따지지 않은 부분 등에서 더욱 엄밀한 증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박근혜-최순실 공모에 대한 법리,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 입장에서 거의 항상 존재하는 '포괄적 현안'과 관련해 특히 이 부회장 사건에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증거, 민간인 최씨에게 건네진 지원에 대해 뇌물죄를 곧바로 인정할지 등을 둘러싼 간접·정황 증거가 얼마나 입증되고 이들에 증명력을 부여할지를 두고 '현미경'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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