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실 공동대표 "엄마가 옳았다는 사실 보여줘 기뻐"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5년 만에 '정의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게 돼 너무 기쁩니다."
27일 '용산 화상경마장(마권 장외발매소) 폐쇄 협약식'이 열린 서울 용산구 청파로 농성장에서는 김경실(54)씨가 감격에 겨운 듯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대책위) 공동대표로 활동해 온 김 씨가 화상경마장 반대 운동에 나선 것은 이전 문제가 불거진 2013년부터다.
당시 마사회가 서울 용산역 옆 화상경마장을 학교·주거지역과 가까운 현재의 위치로 이전을 추진하자 주민들과 갈등이 커지며 대책위가 구성됐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성심여중고등학교와 215m가량 떨어져 있다. 현행법은 화상경마장이 들어설 수 없는 범위를 교육환경보호구역 200m 내로 정하고 있지만, 학부모와 주민들은 유해 범위가 그보다 넓다고 비판해 왔다.
당시 딸이 성심여고 1학년이었던 김 씨 역시 대책위 활동에 나섰다. 김 씨는 "폭염과 혹한의 계절에도 대책위는 노숙농성을 이어갔고 1인시위를 해왔다"며 "그동안 고생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고 울먹였다.
김율옥 성심여고 교장 수녀 등이 주축이 된 대책위는 2014년 1월 22일 화상경마장 앞 노숙농성을 시작한 이래로 무려 1천314일 동안 노숙농성을 이어왔다.
김 씨는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때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이 이제 대학교 2학년이 됐다"며 "이제라도 엄마들이 옳았다는 사실을, 정의가 승리한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성심여고 3학년인 조선영(19) 양은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실현되는 날을 졸업 전에 맞이하게 돼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조 양은 "그동안 학생들이 국회를 두 번 방문해 입법청원을 하고 청와대에 탄원서도 제출했다"며 "너무나 답답하고 긴 시간 동안 해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접 마사회에 취직할까도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 협약으로 마사회는 올해 연말까지 용산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대책위 관계자는 "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으로 인해 벌어진 모든 고소·고발을 취하하기로 했지만, 아직 주민 1인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있다"며 "이제라도 고소를 취하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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