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테러경계 투입 여군 숨진 채 발견…군인들 피로도 '한계수준'

입력 2017-08-27 17:07  

佛 테러경계 투입 여군 숨진 채 발견…군인들 피로도 '한계수준'

여군 병사, 국방부 건물서 총기로 스스로 목숨 끊은 듯

군인 부인들, 파리 시내서 근무환경·처우개선 요구 집회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대도시에서 테러 특별경계 근무를 수행하는 군병력의 피로도가 한계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테러경계와 치안유지활동에 투입된 여군 병사가 파리 시내 근무지에서 휴대한 총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군인 가족들이 집회를 열고 테러 경계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정부에 요구했다.

27일 라디오프랑스앵테나시오날(RFI) 방송 등에 따르면 프랑스군의 특별 테러경계 및 치안유지 작전인 '상티넬'에 투입된 여군 병사 한 명이 지난 25일 밤(현지시간) 파리 시내 중심가의 국방부 2층 해군본부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늦은 시각 이 여군이 있던 방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자 다른 방에 있던 군인들이 황급히 출동했다. 그러나 여군은 자신이 휴대한 총기에서 격발된 실탄에 머리 부분을 맞아 이미 숨진 뒤였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프랑스군 군 당국은 침입 흔적이 없고 이 방에서 숨진 여군이 혼자 근무 중이었던 점으로 미뤄 이 군인이 자신의 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군인은 입대한 지 갓 1년 된 신병으로, 2015년 파리 테러 이후 발령된 '국가비상사태'에 따라 도심의 주요 시설에서 프랑스군이 수행 중인 '상티넬' 작전에 참여해 왔다.

RFI 방송은 이 병사의 자살은 상티넬 작전의 문제점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테러경계에 투입된 병사들의 상당수가 신병들로 채워져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최근 도심의 군인들이 테러리스트나 정신질환자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근무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올해 들어 프랑스에서는 특히 군인들이 테러나 폭력 행위의 표적이 된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 22일에는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에서 한 정신질환자가 갑자기 순찰 근무 중이던 여군에게 달려들어 목을 졸랐다가 다른 군인에게제압돼 체포된 일이 있었다.




앞서 이달 9일에는 파리 근교에서 상티넬 작전을 수행 중이던 군인들에게 차량을 돌진시켜 6명의 군인을 다치게 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체포된 바 있다. 다친 군인의 절반은 중상을 입었으며, 용의자는 테러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가운데 27일에는 파리 중심가의 복합군사기념시설 앵발리드 앞에서는 상티넬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분노하는 군인들의 아내들'이라는 단체 회원들은 "상티넬 작전에 투입된 남편들이 제대로 지원도 받지 못하는 데다 근무여건이 매우 열악하다"고 주장했다.

한 군인의 부인은 프랑스 3 방송과 인터뷰에서 "남편이 근무 때문에 너무 피곤해한다. 월급도 몇 달씩 밀린 뒤에야 받는다"면서 "1년 열두 달 가운데 두 달 반 정도 얼굴을 보는 게 고작"이라고 말했다.

상티넬 작전에는 프랑스 전역에서 병력 7천 명이 투입되고 있다.

대부분 원래 주둔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몇 달 단위로 교대로 배치되고 있고, 실탄을 장전한 총기를 들고 도심의 군중들 사이를순찰하는 일이라 근무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들이 총기를 테러리스트나 정신질환자에 빼앗길 경우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런 가운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재정적자 상한선을 맞춘다는 목적으로 올해 국방예산 8억5천만 유로를 일방적으로 삭감해 군의 사기를 크게 꺾어놓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상티넬 작전의 부작용이 계속 부각되자 국방부와 내무부에 상티넬 작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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