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원내 제3당이자 제2야당인 국민의당의 새 대표로 27일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선출됐다. 안 전 후보는 8.27 전당대회에서 51.09%의 득표율로 결선투표 없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이로써 안 대표는 19대 대선에서 패배한 뒤 110일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했으며, 임시 지도체제로 운영되던 국민의당의 지도체제도 정상화됐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여러분께서 저 안철수가 다시 국민 속으로 뛰도록 정치적 생명을 주셨다"면서 "다시 실망 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창당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면서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2 창당의 길, 단단한 대안 야당의 길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안 대표는 당의 정체성을 '실천적 중도개혁정당'으로 규정하고, 국민의 당을 전국정당으로 키우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대표의 당 대표 선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선 패장'이 충분한 자숙 기간 없이 곧바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여론 때문이었다. 안 대표도 이런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3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개인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당을 살리기 위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결정이라는 논리를 폈다. 5.9 대선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간 대결구도가 심화하면서 국민의당과 다당제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에 국민의당을 살려 다당제를 지켜야 한다는 게 안 대표의 출마 명분이었다, 국민의당은 19대 대선에서 21.3%라는 무시 못 할 득표를 했음에도 대선 후에는 5% 안팎의 낮은 지지율이 말해 주듯 국민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었다. '문준용 씨 제보조작 사건'의 여파도 있었지만 뚜렷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인사청문회와 추경예산안 등 정치현안에서 집권여당과 제1야당 사이의 정치적 곡예를 하면서 존재감을 상실한 탓도 있었다.
당 대표 출마에 대한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안 대표는 다시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게 됨으로써 일단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국민의당 당원들은 당의 '창업주'이자 대선후보였던 안 대표를 살려놓아야 당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안 대표의 앞날에는 험로가 기다리고 있다. 우선 당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추락한 지지도와 당의 정치적 위상을 복원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안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정부의 독선과 오만은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면서 "이를 견제하는 것이 국민이 준 제1과제"라고 말해 강력한 대여 견제에 나설 뜻임을 내비쳤다. 또한 안 대표는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갈 것이라면서 당의 쇄신책으로 ▲신속한 시스템 정비 ▲과감한 인재 영입 ▲선거법 개정과 개헌 추진 등을 제시했다.
당 대표 복귀로 다시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 안 대표에게는 당장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안 대표의 임기는 2019년 1월까지지만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정치생명마저 위협받을 것이 자명하다. 당 일각에선 안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등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스로 밝힌 것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제2 창당의 각오로 몸을 던지지 않으면 활로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마음은 있더라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는 그만두어야 한다. 5% 안팎으로 추락한 당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대선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지도부와 소속의원이 따로 노는 듯한 당 체제를 신속히 정비해야 한다. 또 당의 정체성을 '중도개혁 정당'으로 설정했다면 입법과정에서 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면서 정부 여당이 잘못된 길을 간다면 과감하게 견제하고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안 대표는 실천하는 중도개혁정당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것이 다시 '정치적 생명을 준' 국민과 당원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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