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법무장관에 불기소 타진했다가 '부적절' 퇴짜 맞고 결국 사면"
(서울·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체류자 사냥꾼'으로 악명 높았던 경찰 간부인 조 아파이오를 전격 사면하기 이전에 불기소 가능성을 법무장관에게 타진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히스패닉계 불법체류자들을 다수 체포·구금해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린 끝에 기소된 애리조나 주 마리코파 카운티 전 경찰국장 출신인 아파이오를 지난 25일 전격 사면해 '인종갈등' 파문에 다시 기름을 부은 바 있다.
'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논란 행위가 다시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탄핵론'이 재부상했다.
WP가 인용한 소식통 3명에 따르면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아파이오 전 국장의 불기소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세션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법원이 관할하는 아파이오 전 국장 사건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아파이오는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공약인 '반(反) 이민'의 첨병 격인 인사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아파이오가 유죄 선고를 받으면 사면할 계획을 세우고 수사와 기소가 그대로 진행되도록 했다고 WP는 전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과 세션스 장관의 대화에 대해 "대통령이 행정부 변호사들과 법적인 사안을 논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이번 일도 다를 게 없다"고 WP에 밝혔다.
아파이오 전 국장은 '인종 프로파일링' 기법을 동원, 히스패닉계 불법체류자들을 다수 체포·구금해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려온 인물이다.
그는 범죄 혐의점이 없는 불법체류 이민자를 구금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연방지방법원 명령에 불응, 자의적으로 이민법을 해석해 지속해서 불법체류자를 구금하도록 관할 경찰에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허리케인 '하비'에 나라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아파이오 전 국장 사면 단행에 민주당은 물론 일부 공화당 인사들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에 대한 러시아 내통설 수사를 지휘하던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수사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가 사법방해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코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수사를 강행하던 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임됐다.
사법방해는 법 집행기관의 수사에 부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범죄로 실제 수사 차질이 빚어지지 않더라도 그 시도만으로 처벌을 받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선임고문을 지낸 댄 파이퍼는 26일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에게 연방 형사사건의 불기소를 요구한 게 사실이라면 탄핵 대상이 될 수 있는 종류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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