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가 28일 오전 9시 10분께 패혈증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89세.
정대협에 따르면 하 할머니는 192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다. 빨래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1944년 16세 나이에 중국 우한 한커우(漢口)에서 위안부 생활을 했다.
해방 이후 '무슨 낯으로 고향에 돌아가나'라는 생각에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 방직공장 등에서 일하다가 중국인과 결혼해 남편이 데려온 세 딸과 함께 살았다.
1994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로는 막내딸 류완전(劉婉珍·64)씨와 함께 지내왔다.
종전 이후 중국에서 '조선' 국적으로 남았으나 분단 과정에서 중국 내 조선 국적이 모두 북한 국적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상 국적을 가지지 않은 채 중국 귀화를 거부하며 '하군자'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할머니는 1999년 한국 정부의 국적회복 판정을 받고 '하상숙'이라는 본명도 되찾았다.
위안부로 간 지 60년 가까이 지난 2003년에야 처음 귀국해 2년 7개월 국내에 머물렀으나 연고가 없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평소 고국을 그리워했고 특히 부모님이 묻혀 있는 고향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주변에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 할머니는 지난해 2월 낙상으로 의식불명 상태가 돼 중국 현지의 중환자실에 있다가 4월 병상에 실린 채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와 치료받았다.
당시 중국 당국은 하 할머니 이송 편의를 위해 별다른 출국 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하 할머니를 태운 구급차가 공항 주기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병원 구급차에서 공항에서 쓰는 구급차로 옮겨야 하는데 이를 생략해준 것이다.
중앙대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았던 하 할머니는 지난해 8월 병세가 호전돼 강동구 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 머무르면서 요양 치료를 받았으나 노환으로 숨졌다.
지난해 귀국 당시 동행했던 막내딸 류씨가 마지막까지 할머니를 모셨다.
유가족으로는 중국에 있는 두 명을 포함한 세 딸과 국내의 조카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협 관계자는 "조카 중 한 분이 상주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 할머니는 과거 국내 체류 시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시위 등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2000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에 증인으로 참석해 위안부 피해를 증언하기도 했다.
하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국내 생존자는 36명으로 줄었다. 빈소는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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