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청 '공무원 엄마' 뿔났다…어린이집 아동학대 의혹 제기

입력 2017-08-28 17:03   수정 2017-08-28 17:40

수원시청 '공무원 엄마' 뿔났다…어린이집 아동학대 의혹 제기

원장 전횡 개선도 요구…38명 서명 입장자료 염태영 시장에게 전달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 수원시청 소속 '공무원 엄마들'이 직장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 의혹 해명과 어린이집의 비민주적인 운영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며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문제를 제기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시청에서는 개선은커녕 '내부고발자 색출'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필요할 경우 관련자 고소·고발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청 내 시청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은 28일 염태영 시장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A4용지 3장 분량의 학부모 입장 자료를 제출했다.


전체 44명의 학부모 가운데 38명이 서명했다. 수원시 소속 공무원이거나 산하기관 직원 신분인 이들이 이례적으로 실명을 공개해가며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설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한달 사이 아이들에게서 어린이집에 처음 갔을 때 보이는 스트레스성 불안 행동이 다시 관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로 깨물고 낮잠을 설치는가 하면 집에서도 자다가 깨서 우는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도 이어졌다.

지난 18일 오후 6시 25분께 만 1세 아이가 어린이집 밖을 나가 5분간 팔달구청 주변을 돌아다녔는데도 어린이집은 이런 사실을 파악조차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달 말 어린이집 원장의 전횡 때문에 2명의 보육교사가 퇴사했는데도 원장은 "선생이 개인 사정으로 휴가 갔다"고 학부모들에게 거짓말을 했으며, 며칠 동안 불이 꺼진 교실을 보던 학부모들이 물어보자 그제야 "선생들이 사표를 쓰고 나갔다"고 말하는 등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보육하지 않고 방치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했다.

아동학대 의혹도 제기했다.

만 1세 아이가 불 꺼진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자 한 교사가 문을 닫았고, 이에 놀란 다른 반 보육교사가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있던 아이를 안고 나왔다는 것이다.

수원시청이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두 퇴직 교사와 학부모들의 민원을 묵살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두 퇴직 교사가 지난 7일 시청 행정지원과에 찾아가 어린이집의 문제를 알렸으나 담당 공무원은 "젊으니까 참고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했으며, 같은 날 오후 학부모들이 민원을 제기했으나 이후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14일 한 학부모가 시청 홈페이지 '시장님만 보세요' 코너에 이런 문제점에 대한 글을 올리고 나서야 수원시가 이틀 뒤인 16일 어린이집 운영위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 담당 팀장은 "조사를 한 뒤 사실이 아니면 내부고발자를 처벌하겠다"고 말했다고 학부모들은 전했다.

이에 대해 이 공무원은 "그런 취지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수원시청어린이집에 2세 딸을 보내는 공무원 A씨는 28일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아이가 최근 어린이집에 안 가겠다고 떼쓰거나, 자지러지게 울었다"면서 "아이들을 잘 돌봐주던 두 교사가 그만둔 뒤 다른 교사들이 제대로 아이들을 돌보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14일 오전 11시에는 누리과정에 따라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시간인데도 만화영화를 틀어놓고 아이들을 방치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선생님의 보살핌 없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멍하니 앉아 TV를 보는 모습을 보고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났다"고 덧붙였다.


다른 원생의 엄마 B씨는 "두 보육교사가 퇴사하고 나서 어린이집의 다른 교사들이 지각하거나 외출하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공무원 신분이라 직장어린이집의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지만, 공무원이기 전에 엄마여서 용기를 냈다. 하루빨리 문제를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2015년 2월에도 시청어린이집에서는 한 보육교사가 아이의 옷을 들추고 젖꼭지를 꼬집는 아동학대가 일어나 시가 신속하게 문제 교사를 그만두게 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시가 왜 같은 식구끼리 민원을 냈느냐며 계속 덮으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직장어린이집을 수원여대가 16년째 위탁을 맡으면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하면서 2001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수원여대 위탁을 중지하라고 시장에게 요구했다.

수원시는 아동학대 여부와 어린이집 운영상의 문제점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나, 뚜렷한 학대 증거가 CCTV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밝혔다.

수원시는 29일 오후 시청어린이집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의혹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수원시청어린이집 퇴직 교사 중 한 명인 C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교사가 아파 며칠째 나오지 않을 때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원장이 제가 하루 아파 못 나오면 진단서를 끊어오라고 했다"면서 "또 문제를 말해 주러 찾아간 시청에서 공무원이 '젊으니까 참고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말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런 학부모들의 주장에 대해 원장 D씨는 "조사중이니까 결과를 보겠다"고만 답했다.

염 시장은 주민들의 입장서를 전달받은 뒤 철저한 진상조사를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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