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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마실가듯' 산에 오르면 안 돼요!
佛 몽블랑, 장비 갖추지 않은 등반가에 벌금 부과
이 달 초, 프랑스 몽블랑에서 반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산에 오르던 46세 프랑스 남성이 조난당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알프스산맥의 몽블랑은 해발 4천810m의 서유럽 최고봉입니다.
프랑스 산악경찰은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사람은 달리기 복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발은 할머니가 마실나갈 때 신을만한 것이었고요. 그가 달리기를 잘 했을지는 몰라도 산의 위험성은 하나도 몰랐던 게 분명해요"
몽블랑의 만년설 지대에는 곳곳에 빈틈이 나 있고 기상 악화가 잦아 조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번달에만 한국인을 포함한 네 명이 몽블랑에서 숨졌고, 실종된 일본인에 대한 수색은 중단됐습니다.
그런데도 몽블랑을 동네 뒷산 오르듯 준비없이 오르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이처럼 장비 없이 몽블랑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벌금이 부과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프랑스 생제르베 시장은 등산복과 장비를 갖추지 않은 등산객에게 벌금 38유로(약 5만1천원)를 부과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해 즉시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생제르베는 몽블랑 등산객들의 대표적인 출발지입니다.
이제 몽블랑에서는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무모하게 산에 오르는 이른바 '열정등반'이 금지되는 겁니다. '열정등반'에 따른 사고는 몽블랑같은 해외 고산(高山)에서뿐 아니라 국내 산 곳곳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던 지난해 초, 전국 각지에서 산악사고가 잇따랐는데요. 이 중 다수가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산행을 강행했거나 적절한 방한 장비를 갖추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지난해 1월,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진 설악산에서는 겨울철 복장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산행을 하던 60대가 초속 20미터에 이르는 강풍과 한파에 저체온증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반면 지난 2011년 겨울, 체감온도 영하 40도의 설악산에서 배낭 속 식량과 텐트, 침낭 등의 장비로 나흘을 버텨 극적으로 구조된 40대 등산객의 사례는 철저한 산행준비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산악사고는 목숨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곤 하죠. 등산시 등산화와 방한 재킷 등 필수 장비를 강제한 생제르베 시의 조치는 산악사고가 빈발하는 한국의 등산 애호가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김지원 작가·정예은 인턴기자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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