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교육진흥원, 예능·오락 프로그램 모니터링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꽃꽂이에 요리까지, 당장 시집가도 되겠어."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자가 꽃꽂이와 요리를 하며 "오늘 신부수업 같지 않니?"라고 말하자 자막에 뜬 문구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지난달 1∼7일 지상파·케이블·종합편성채널의 예능·오락 프로그램 33편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모니터링을 한 결과 성차별적 내용 32건을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종편의 한 프로그램 출연자는 남자 가수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는 말을 듣고 "의외의 여성성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이는 가사노동을 여성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언급한 부적절한 사례라고 진흥원은 지적했다.
케이블 채널의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남성의 접근에 무관심하던 한 여성이 재력가 이미지에 갑자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묘사됐다. 여성을 의존적이고 허영심을 가진 존재로 표현했다는 게 진흥원의 주장이다.
남성이 여성의 뱃살을 만지며 뚱뚱한 몸을 비하하는 노래를 부르는 등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 개그 프로그램도 있었다.
전체 출연자 가운데 여성은 38.7%, 남성은 61.3%였다. 주 진행자는 여성 22.8%, 남성 77.2%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진흥원은 분석했다.
진흥원 관계자는 "출연자들의 차별·비하 발언은 물론 제작자의 주관이 개입된 자막에서도 성차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들은 건강한 웃음을 생산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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