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6개 건물 원형복원 이어 문화전당 애초 취지 살리도록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방문을 계기로 전당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도 장관이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옛 전남도청의 6개 건물 원형복원과 함께 전당의 예산 지원 등을 약속하면서 전당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29일 아시아문화전당에 따르면 전날 전당을 방문한 도 장관이 전 정부에서 소홀했던 예산과 인력 지원에 최대한 신경을 쓰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 관계자는 "도 장관이 '애초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아시아문화전당의 취지와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다'며 '그동안 소홀했던 인력과 예산을 당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충분히 검토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2002년 12월 노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2023년까지 5조3천억원을 투입해 광주를 아시아 문화의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2008년 6월 기공식을 한 뒤 모두 7천6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예술극장, 창·제작 공간인 창조원, 어린이문화원, 정보원, 교류원, 외곽 주차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2015년 11월 공식 개관했다.
그동안 옛 전남도청 별관 원형보존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의 갈등을 빚으면서 민주평화교류원이 문을 열지 못하는 등 사업 속도가 더뎌졌다.
특히 2007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10년 가까이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은 노 전 대통령이 약속한 일정과 어긋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아시아문화전당이 문을 열었지만, 이 사업에 대한 정부의 '홀대론'은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문화전당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적인 당리당략 법으로 지목하는 등 정권 차원에서 사업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올해 아시아문화전당 예산은 560억원으로 전년보다 20% 감소했지만, 박근혜 정부가 집중해 추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은 1천200억원으로 30% 늘어나는 등 대조를 이뤘다.
이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대통령의 5·18 헌법 전문 수록 발언과 도 장관의 지원 행보 등으로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이 애초 취지를 살릴 기회를 얻게 됐다.
아시아문화전당 측은 특히 축소된 예산 지원과 함께 조직과 인력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조직과 인력으로는 예산을 지원해 주더라도 이를 소화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실제로 전당 개관 이전에 실시했던 용역에서 현재 계약직 포함해서 130여 명 수준인 아시아문화원의 적정 인력이 423명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박혜자 전 의원도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제 기능을 하려면 1급인 전당장을 차관급으로 승격시키고 현재 150여 명 규모인 인력을 전당 개관 전 문체부가 계획했던 623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옛 전남도청 민원실에서 때맞춰 열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콘퍼런스'에서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옛 전남도청의 원형보존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발제자로 나선 허달용 광주민예총 회장은 자료를 통해 "5월 광주정신을 분명하게 세우는 것이 아시아문화전당 활성화의 가장 빠른 길이다"며 "지난 정권에 의해 훼손된 역사 현장을 복원하는 것은 전당 활성화에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자 전 서울변방연극제 예술감독도 "현재 아시아문화전당은 5·18 최후의 항쟁지 의미뿐만 아니라 전남도청 건물의 사회학적 의미에서도 항쟁지 이상으로 조명돼야 할 공간"이라며 "현재 옛 전남도청 본관과 별관을 분리해 24m를 철거함으로써 두 개가 돼 버린 광장을 시민단체가 제안한 '오월의 문'으로 이어야 한다"고 원형복원에 힘을 실었다.
이와 함께 발표자들은 전당 활성화를 위해 5·18 정신과 사업 시기 연장을 포함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개정, 청년들의 아시아문화전당 자유로운 사용, 전당의 정부-시민사회 협치(거버넌스) 운영, 지역 예술인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와 소통 강화 등을 주문했다.
kj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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