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혁명 100주년 성지' 러시아 찾는 중국인 홍색관광 급증

입력 2017-08-29 10:46  

'공산혁명 100주년 성지' 러시아 찾는 중국인 홍색관광 급증

中 정부 장려, 공산혁명 100주년 중국인들 대거 몰려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시진핑 주석 등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주민들에 공산주의 가치 수호를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러시아 공산혁명 100주년을 맞아 중국인들의 러시아 '홍색 관광'(Red tourism)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린폴리시(FP)는 28일(현지시간)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러시아 방문을 소개하면서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안치된 블라디미르 레닌의 시신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지만 중국인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100년 전 레닌의 주도로 이뤄진 공산혁명은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의 '운명'도 바꿔 놓았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는 혁명 100주년에 그 상징인 레닌묘를 찾는 자체가 일종의 성지순례와 같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130만 명의 중국 관광객들이 방문해 30억 달러를 지출하는 등 인기 관광지로 자리 잡아왔다. 지하철을 비롯한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서 중국인들의 모습은 흔한 것이 됐다.






그러나 공산혁명 100주년이라는 테마가 등장한 올해 들어 중국인들의 러시아 방문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연방관광청에 따르면 올 첫 6개월간 러시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청은 중국인 방문객들의 급증 요인으로 '홍색 관광'을 지목했다.

홍색 관광은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가 주민들에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으로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주요 공산주의 전통이 배어있는 장소를 방문하도록 장려하는 것이다.

러시아 과학원의 극동전문가인 블라디미르 페트로프스키는 "중국 정부가 주민들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잊지 않도록 홍색 관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1917년 볼셰비키 공산혁명의 사적들을 열심히 찾는 중국 관광객과 달리 정작 주인 격인 러시아인들은 공산혁명에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FP는 지적했다.

중국 관광객들의 '돈'을 노리고 일단 그들을 환영하고 있지만 러시아 자체가 공산혁명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지 아직 불확실한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공산당 치하 소련 시절에는 10월 혁명이 국가적 기념일로 붉은 광장에서 대대적인 군사퍼레이드가 펼쳐지곤 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면서도 1917년 혁명을 비난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또 오늘날 러시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러시아 정교회는 공산혁명으로 폐위돼 처형당한 당시 니콜라이 2세 러시아 황제를 최근 성인으로 추대했다.

러시아 정부는 현재로선 공산혁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흔히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자국 역사를 재해석하고 있는 근래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러시아를 찾는 중국 관광객 급증은 최근 관계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양국관계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올해 들어 3번째로 만났으며 시 주석은 양국관계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과학원의 페트로프스키는 "홍색관광은 신중한 선전 전략으로 소프트파워의 수단이 되고 있다"면서 양호한 지정학적 상황에서 현금 압박에 시달리는 러시아에 재정적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관광 당국에 따르면 모스크바로부터 동쪽으로 450마일(약 720km) 떨어진 볼가 강 변의 소도시로 레닌의 출생지인 율리야노프스크에도 올해 6천 명의 중국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율리야노프스크 시는 중국어 안내판과 식당 메뉴 등을 준비하고 중국인들을 맞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 이곳을 방문한 상당수 중국인은 붉은 스카프 등 혁명 당시 소련 학생들의 복장과 유사한 차림으로 레닌 생가를 찾아 경의를 표했다고 FP는 전했다.

율리야노프스크 시 당국은 내년에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의 출생지인 중국 후난성 샤오산과 직항노선을 구축할 계획을 하고 있다.

레닌의 출생지에서 시작해 그가 대학을 다닌 카잔, 혁명을 일으킨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그가 소련 정권을 수립하고 숨을 거둔 모스크바에 이르는 '홍색루트' 관광코스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율리야노프스크 지역 율리아 스코로몰로바 관광소장은 "중국인들에 레닌은 성인 반열에 해당한다"면서 중국인들은 레닌의 모친 동상에도 꽃을 바치는데 러시아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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