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 장관 찬성했지만 트럼프 관세해법 촉구…'빈손' 미·중 경제대화 원인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에서 중요 주제인 철강과 관련해 중국이 과잉생산량을 줄이겠다고 지난달 미국에 제안,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이를 수용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 지난달 중국 정부가 2022년까지 철강생산량을 1억5천만t 감축하는 안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29일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이 제안을 거부했으며 관세부과를 촉구했다고 FT는 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달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철강 과잉 생산을 비판하자, 일주일 후 중국은 철강생산 감축안을 미국에 전달했다. 미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양국 포괄적 경제대화를 일주일을 앞둔 시점이었다.
로스 상무장관은 이 제안을 승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이어 19일 열린 미·중 경제대화에서 다시 이 제안이 나왔고, 로스 장관은 재차 중국의 제안을 수락하자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선을 그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고 중국과의 회담장으로 돌아온 로스 장관은 몹시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고 전 정부 당국자는 회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는 양국 경제대화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양측 모두 구체적인 안건을 공개하지 않았고 예정됐던 기자회견도 돌연 취소했으며 공동성명조차 도출하지 못했다. 구체적인 성과 없이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FT는 중국의 제안은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철강을 겨냥해 응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자, 중국은 미 정부의 조치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로 중국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제안한 감축량은 꽤 많은 양이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초과생산량에 대한 관세부과 등 다른 방식의 해법을 원했기 때문에 양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시 정부에서 중국 전문가로 활동했던 데니스 와일더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각료들보다도 더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리셋'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을 거부한 배경에는 대중 무역에서 강경파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이 있다고 FT는 해석했다.
이에 대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과 각료들 사이의 내부 논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미국 중국대사관은 수차례 요청에도 논평을 거부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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