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 참사 경험자들로 구성된 '케이준 네이비', 재난소식에 한달음 출동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바로 그 날, 앞다퉈 탈출하는 주민들을 뒤로 한 채 태풍의 눈 속으로 걸어 들어간 이들이 있었다.
온라인 모임에서 출발한 자원봉사단체 '케이준 네이비' 대원들이다.
2005년 카트리나 참사 피해 지역인 루이지애나주 남부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케이준 네이비 대원들이 하비 재난현장에서 펼치는 활약상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USA투데이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텍사스 패서디나에는 '케이준 해안 구조수색대'가 속속 모여들었다. 각자 차체 높이가 높은 픽업트럭과 소형 보트, 통나무 배 등 가능한 모든 구조 수단을 동원한 이들은 곧바로 구조 활동에 착수했지만, 물이 계속 불어나며 단원들까지 고립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중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의 새 트럭을 빌려 가며 루이지애나에서 낚싯배를 끌고 온 조디 블러즈워스는 "내가 어렸을 때 카트리나 참사가 일어나 모든 것을 잃는 기분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에 돕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구조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휴스턴 인근 케이티에서도 대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4시간을 운전해 이곳에 왔다는 단원 벤지 테로(36)와 사촌 토들 개스퍼드는 에어 매트나 카누를 타고 대피한 사람들을 구조했다. 이렇게 구조한 인원이 40명에 이른다.
테로는 "우리는 루이지애나 출신이라 홍수가 뭔지 안다"고 구조 활동에 뛰어든 이유를 밝혔다.
12년 전 출범해 그동안 수천명의 이재민을 구한 이 단체의 페이스북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클라이드 케인은 "보트가 있는 단원들은 다 나가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긴급상황 발생 시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외에 '젤로'라는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블러즈워스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만 100명은 족히 출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하비 이재민은 남같지 않다. 상당수 대원이 카트리나로 인한 피해를 직접 겪거나 목격해서다.
블러즈워스는 당시 텍사스 주민들이 지금의 자신처럼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고 말했다.
남편과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테일러 오코인은 "텍사스 주민들이 루이지애나를 도우러 온 때를 생생히 기억한다"면서 "지금 느끼는 이 가슴 아픈 심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없다. 텍사스 주민들에게 작은 보답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카트리나 참사 피해를 겪은 후 가까운 텍사스 휴스턴으로 이주한 루이지애나 주민도 많다고 대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도 폭우로 대문까지 물이 차오른 집에서 한 여성을 구한 개스퍼드는 "클 때 배운 대로 하는 것"이라며 "이웃을 도우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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